호러와 신파의 결합?!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분리수거 하는 날 (작가: 소현수, 작품정보)
리뷰어: 아나르코, 17년 7월, 조회 50

새벽까지 이어지는 끔찍한 더위에 짜증만 늘어놓으며 쉽게 잠 못 드는 새벽. 새로운 작품을 알리는 알림에 이끌려 한 작품을 읽게 되었다. 200자 원고지 40매라는 단숨에 읽기 좋은 분량과 장르가 호러라는 사실에 바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제목은 <분리수거 하는 날>. 제목 그대로 분리수거를 하다가 귀신이나 끔찍한 살인마 정도 만나겠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이렇게 더운 날에는 역시 공포니까.

 

‘내’가 사는 아파트의 분리수거 날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정해져 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던 나는 새벽에 분리수거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이른 새벽 3시경 분리수거를 하러 나섰다. 분주하게 이리저리 분리수거를 마친 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어느 창에 바짝 붙어 있는 여자를 말이다. 입이 거의 귀까지 찢어진 것처럼 보이도록 웃고 있었고, 입술 사이로 혀가 길게 나와 턱까지 늘어져있었다. 추운 겨울 새벽 아무도 없는 분리수거장에서 마주한 여자의 모습은 충분히 기괴하고 무시무시했다. 근데 진짜 무서운 건 그 여자가 있는 곳이 우리 집이라는 사실이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이야기 속의 ‘나’처럼 나 역시 소름이 쫙 돋았다. 분리수거라고 하는 평범한 일상의 행동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 평범한 일상에 나를 대입하고 있었기에 다음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고민하는 나를 마주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고 해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야기 속의 ‘나’ 역시도 나의 생각과 비슷했던지 그저 담배나 한대 피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날 걸려온 전화 한통에 이야기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분리수거 하는 날>을 읽으며 무더운 여름날 그냥 한 번 오싹하고,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더위를 잠시라도 잊기를 바랐던 나의 소망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소망과는 상관없이 또 하나의 선물(!?)을 안겨줬는데, 그건 바로 가족애랄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지만 평소에는 잊고 지내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품 소개에 ‘본격 신파호러’ 라고 되어있다. 호러는 호러인데 신파가 가미되었다고 할까?!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나’의 심경에 변화가 느껴져서 너무 억지스러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것이 신파라는 말에 담긴 뉘앙스를 더 잘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고…….

 

‘본격 신파호러’라고 하니 조금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결론은 가벼운 마음으로 호러의 재미를 느끼고, 더불어 신파적 요소가 다분한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들을 한 번 떠올려보는 의미까지 챙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나름 부담이 없는 작품이라고 느껴져서 가볍게 소개하는 차원에서 <분리수거 하는 날>을 이야기했는데, 작가의 재미있는 또 다른 작품들도 많으니 관심이 가는 작품부터 하나씩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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