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장미 떨기가 낳은 괴물 감상

대상작품: 괴 물 장 미(完) (작가: 모로Moreau,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3월 31일, 조회 23

* 본 리뷰는 정이담(모로 Moreau) 작가의 장편 연재 《괴 물 장 미》의 전자책 출간본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후 언급하는 내용 및 인용 중 연재분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괴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시대. 사람이 사람을 괴물처럼 대하는 시대. 문명화된 지금은 아니라 하고 싶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런 사회를 살아간다. 뉴스와 신문만 보아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일들이 즐비하다. 때로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실감조차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어쩌면 사람은 살아 있는 한 모두 괴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괴물’은 그야말로 ‘괴상한 이물’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권력과 힘을 지키고 과시하기 위해 괴물이 된다. 또는 우발적으로, 조금의 감정도 다스리지 못해서 괴물이 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괴물은 대부분 ‘궁지에 몰려서’ 만들어진다. 이성을 가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괴물로 화하려면 얼마나 구석에 몰려야 할까. 내가 죽거나 상대가 죽는 것, 둘 중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괴물이 되지 않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살아가기 힘들거나,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때로 괴물이 된다.

그러나 그들마저 ‘괴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그들은 ‘상황’이 없었다면 괴물이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벼랑에 몰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을 이어가기 위해 도리어 괴물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살아날 구멍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괴물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 또는 힘의 과시, 우발이나 감정 조절의 문제가 아닌 순전히 강제로 괴물이 된 사람들. 그들을 괴물로 만든 것은 주어진 ‘조건’이다.

점점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간다. 구조부터 망가진 세상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괴물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이 아닌, 눈에 보이는 개인을 향하는 돌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다. 범죄의 양형과 처벌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엄격해야 하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법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유독 더 엄정하고 강하게, 강자에게는 오히려 약하고 유연하게 적용 되어왔다. 심지어, 과거에는 ‘약한 사람’을 ‘악한 사람’으로 서슴없이 만드는 법까지 존재했다. 아직 괴물이 되지 않은 사람을 괴물로 지정하는 법. ‘마녀사냥’은 종교법이 만든 최악의 사건이다.

사람을 악마로 규정하는 기준은 그때그때 다르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약초를 다루거나 여자로서는 알 필요 없는 지식에 해박”하다는 이유로 마녀가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여성도 마녀가 아닐 수 없으며, 평균에서 조금만 튀어도 저주받은 인간이 되던 시대. 그런 때의 여성은 미치지 않고서야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마법을 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여자(Femina)라는 말은 믿음(Fides)과 적다(Minu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더 적은 믿음’이란 뜻이지요.”

 

‘여성’이라는 말의 어원 자체가 기울어져 있으니, 그런 관점으로 특정 사회의 구성원을 보는 이들의 눈이 평등했을 리 없다. 세상에 이름이 괴물로밖에 남을 수 없던 시대에 마녀사냥으로 죽은 희생자는 수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시대에 살았던 두 여성이 있다. 다니던 교회의 사제에게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을 당하던 한 사람은 그 남자를 끊임없이 밀어낸다. 사제는 그녀에게 종교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하면 안 되는, 사람이 차마 견딜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한다. 여성은 그런 사제에게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한다. 그러던 그녀는 교회의 눈 밖에 나 마녀로 몰리게 되고, 결국 끔찍한 고문을 참지 못해 자신이 마녀임을 진술한다. 그 사실을 안 그녀의 여인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누명에서 구하기 위해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낸다. 뒤늦게 구출 당한 여인은 연인이 목숨을 걸어 그녀를 구출했다는 것을 깨닫고, 갈가리 찢어지는 정신 속에서 괴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완전히 망가진 그녀의 곁에는 의문의 노파가 있다. 마녀사냥으로부터 살아남은 여성을 돌보던 노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존재”. 노파는 제정신이 아닌 여성에게 묻는다. ‘괴물의 운명’을 원하느냐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 타는 냄새와 찢어지는 비명들 사이에서, 마음에서 피어나는 불꽃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녀의 고개는 저절로 끄덕여진다. 원해요. 나는 그 운명을 온몸으로 원합니다.

그 말을 들은 노파의 눈이 번뜩인다.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괴물로서의 영생이 주어진다.

 

 

1. 백 명의 여자가 죽으면, 한 명의 괴물이 탄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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