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이 작품은 계속 OTT 오리지널로 제작된 성인 관람가 한국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걸 열람 제한 없이 공개해도 되나? 이렇게 폭력적인데?? 이런 걱정이 들 만큼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연달아 나와서 읽기 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보다는 눈을 돌리고 싶었어요.
살다 보면 정말 이런 저런 사람을 다 봅니다.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죠. 왜 저런 행동을 하지? 분명 거기엔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걸 알아 보는 것보다는 그 사람은 원래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쪽이 편하죠.
그러니 이 작품의 주요 설정인 미아즈마와 대잡이는 나태하게 사회를 살아가는 제게 편리한 답안이었던 겁니다. 원래 좀 이상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이 조종하는 뭔가에 씌여서 이상범죄를 일으킨다고요.
옛날이라고 이런 사람, 이런 범죄가 없진 않았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딴지를 걸었다거나, 심지어는 말도 섞지 않았는데 자길 깔봤다고 주장하면서 폭행, 혹은 그보다 심한 범죄를 저지르는 소식이요.
물론 지금 세상은 옛날과 달라도 한참 달라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쉬쉬하고 모르는 척하고 묻어둔 문제들이 하나둘 터져나온 게 지금의 모습일 겁니다. 그 근원을 찾아 바닥부터 다지는 일보다는 역시, 그냥 범죄를 저지른 사람 한 명을 비난하는 게 쉽습니다. 통쾌함도 바로 느낄 수 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범죄자가 바로 자수하거나 사망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원흉은 따로 있고 생존자에게만 그 손길이 보이죠.
제겐 이 모습이 사람을 망가트린 사회를 파헤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애쓰는 캐릭터의 존재가 고맙고, 여태 혼자 뒤쫓고 있는 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잔인한 묘사를 핑계 삼아 계속 결말을 모른 채 있고 싶었어요. 그러면 세상에 이런 사람은 없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실감나는 상황과 대사로 인해 벌써 현실과 작품을 혼동하고 있어서 결말을 봐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 분은 그냥 모르고 계신 것 같은데 괜히 이 작품이 생각나면서 말 걸기가 무서워지더라고요…
그러니 부디 등장인물들이 이 추격의 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기를, 혼자 나간 사람의 안전을 위해 내달리지 않는 날이 오기만을 바랍니다. 특히 주인공 부부가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이 정도면 노후까진 평화를 보장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 사심 가득한 희망사항이지만 일단 외쳐 보며 이만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