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고 수상한, 그런데 왠지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은 도시 괴담
무슨 내용이냐 하면.
지방의 똥통 대학교를 나온, 스펙도 별로인 한 청년이 우연히 과천의 어느 창고 같은 사무실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무실 업무는 그 안에 있는 바늘이 한 개뿐인 시계를 지켜보는 일로 바늘이 3시를 가리키면 사무실 한 쪽 지하실로 연결된 손잡이를 돌리고 이 사실을 전화로 알리는 것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은데, 심지어 이 업무로 받는 대우는 업계 최고다.
심지어 은행 신용등급이 최상이라 대출도 빵빵하게 받을 수 있다.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며, 그간 진 빚을 모두 청산하고 고급 외제차 구매에 집을 마련하고도 남을 만큼.
이쯤되니 로또 1등에 당첨된 것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말 그대로 판타스틱이다.
단편에서 장편으로.
신입사원은 작가의 단편집에서 처음 접했다. 결말이 주는 혼란과 의문, 궁금증의 도가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다 장편의 존재를 알고 다시 뛰어들었다.
장편이 이 갈증을 해결해줄까 싶었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더 깊어지고 말았다.
공감되는 점은.
주인공이 처한 스펙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나 글속 주인공 친구들에게서 옅볼 수 있는, 어렵고 고단한 청년 구직의 현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받는 부당한 처우, 돈의 유무나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 등은 몹시 공감되는 부분이라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심지어 은근히 분노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다음은 글 중 국정원 직원이라는 자가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다.
“지방 똥통 대학교 나온 새끼가
운 좋아서 기생충 짓 하는 직장 취직하고
국민 세금 신나게 써재꼈으면
국가에 어느 정도는 보답을 해야 할 거 아냐?
하는 일 없이 돈만 받아처먹는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이 문장을 읽고 특히 분노했다. 네 님이 하실 말은 아니잖…..이런.. 할 말은 많지만, 다음은 꿀꺽.
아무튼 꿈 내용을 빙자하여 사회적 부조리를 우화적으로 비꼰 내용이 소설 곳곳에 들어있다.
끝까지 읽고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마지막까지 읽고 난 뒤에 처음엔 단편과 마찬가지로 장편에서도, 어쩌면 더 큰 혼돈의 폭풍 속에 빠졌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입에선 ‘그래서, 바늘이 3시를 가리키면 어떻게 되는 건데.’만 내내 반복하다 팝콘처럼 펑 터진 느낌이랄까.
글 곳곳에서 살짝 드러나는 박 노인의 정체나 능력, 주인공이 입사하면서 꾸기 시작한 꿈의 정체, 심지어 연극이라면 소품이었을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쓰는 가스등, 난로까지 괴상하고 의구심과 수상함을 더해주었다.
특히 주인공과 사무실에서 오래 일해온 노인들의 주요 업무인 시계의 바늘은 소설 전체의 긴장감을 강하게 선사해주는 요소였다.
하, 바늘 한 개가 뭐라고. 심지어 두 개도 아닌 하나다.
그런데도 이 바늘 하나가 결말에 이를 때까지 심장을 들었다놨다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이 없는데 실제로 일어난다.
왜 하필 3시인가.
글의 전반에 걸쳐 바늘이 3시를 가리키면 뭔가 큰일이 벌어진다는 내용이 계속 나온다.
보통 하루 일과 중 3시는 졸음이 몰려오고 휴식이 간절해지는 시간인데 글 속에선 바늘이 3시를 가리키면 지하실의 정체 모를 존재가 깨어나고 우리가 누리는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하는데 진짜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질까.
읽기를 마친 지금도 상상이 되진 않는다.
처음엔 저 밑에 폐기 못한 초강력 핵 시설이 있어서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나,하다 혹시 외계인이…. 하다가 아닌가, 하면서 종말에 얽힌 별의별 상상을 다 하게 된다.
작가의 머릿속에는 뭐가 그려져 있을까. 읽는 재미를 위해 이런저런 떡밥을 뿌리곤 정작 중요한 조각 하나는 일부러 빠트린 듯하다.
아닌가. 다 말해줬는데 못 알아챈 건가.
아, 리뷰마저 혼돈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이런 게, 이런 식으로 전개돼도 이상하게 말이 되네, 하고 납득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고 만다.
혹은 책을 덮고 이게 뭐야, 할지도.
어쩐지 과천에 가보고 싶다.
거기 어딘가에서 지금도 특별한 어느 ‘신입사원’이 시계바늘을 보며 근무하고 있을 것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