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지워지지 않는 (작가: 임영은,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1월 3일, 조회 65

이 작품이 그러한데, 가끔 그런 작품이 있습니다.

완벽한데?

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요.

먼저 밝히자면 작품이 세기의 걸작이라든가 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이 느낌은 작품의 재미와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것입니다. 어떤 작품이든 보통은 아쉬운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진입장벽이 높다든지, 인물이 평면적이라든지, 개연성이 아쉽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심지어 전체적으로 쳐지는 곳이 없음에도 초반부가 너무 재밌다든가하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중후반부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그런 식의 아쉬움마저 있습니다. 그러니 사실 이런 아쉬움이라는 것은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냐를 떠나 어쩔 수 없이 존재하게 되는 일종의 필연적인 부산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신기하게도 그런 잣대에 걸리지 않는 작품이 있습니다. 보통 그런 작품을 보게 될 때면 좀 당황하게 됩니다. 정말 재밌는 작품을 봐도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딱히 큰 기대 없이 꺼내든 작품에서 그게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얼마간의 물음표를 붙인 채로 한 마디 내뱉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어? 뭐지? 완벽한데?”

그래도 굳이 아쉬운 점을 꼽으라고 하면 “더 재밌지 못했다”, “더 새롭지 못 했다” 같이 구체적인 보완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재미의 파라미터를 들이 밀 수 밖에 없는 종류의 아쉬움 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것조차도 단점이라고 지적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네요. 이를테면 설령 인물의 몇몇 선택이 아쉽다든가 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건 이미 작품이 지키고 있는 장르 규범 안에서의 취사선택으로 생긴 일이지 작품의 흠이라 지적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그런 결론이 단점을 지적하는 말이 입에서 흘러나오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도출되기 때문입니다.

제 눈으로 보기에는 당장 드라마화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이 작품을 읽다가 느꼈습니다만, ‘머릿속에 영상이 펼쳐지는 류의 작품’은 묘사를 상세하게 쓴 작품이 아니라 인물의 대사가 더 입에 달라붙는 작품이군요. 틀리면 좀 민망하겠습니다만, 만약 폭탄목걸이를 걸어놓고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작가님이 현직 작가라는 데에 베팅하겠습니다. 대사를 치는 솜씨라든가가 너무 노련해서 누군가가 정체를 숨기고 연재를 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흠이 아예 없지는 않네요. 제목과 소개글은 좀 아쉽습니다. 작품의 경쾌한 분위기와 정체성을 전달하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소개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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