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따위가 결코 사랑을 가로막을 순 없으니까 감상

대상작품: 첫사랑은 아포칼립스 (작가: 도현, 작품정보)
리뷰어: 09book2, 23년 12월, 조회 16

호러보다는 로맨스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다.

 

꼭꼭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는 날이, 하필이면 좀비물의 시작이라니. 주영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나타난 바이러스로부터의 고군분투기라기보다는 경주를 향한 고백에 놓인 장애물들을 하나씩 뛰어넘는 액션물 같았다.

첫사랑은 가장 마음을 깨닫기 어려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알지 못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잘 기억나지 않는 과거 속 유일하게 선명한 타인과의 기억, 늘 그 사람을 향해 있던 눈길이, 문득 과거를 헤집다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참신함보다는 적절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풋풋한 설렘에 눈길이 간다.

 

애매한 온도의 민망함에는 어울리지 않는 필사적인 도망이었다.

선생님은 시험을 보기 전에 항상 하는 말씀이 있었다. 문제를 잘 풀려면 지문을 잘 읽어야 해. 이해가 될 때까지 보고 또 보는 거야.

복도에 누가 씹다 버린 껌이라도 밟은 것처럼 발걸음이 진득거렸다. 늘러 붙어 떨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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