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끈적하고 단단히 퇴적된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파라소찰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3년 8월, 조회 61

‘수십 년만의 폭염’, ‘기상 관측 역사 이래 최초’, ‘이상 기온’, ‘예년보다 더운 (혹은 추운) 날씨’.

최근 일기 예보와 각종 기상 관련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단어들이다. 일상적이지 않고 평년과 다른, 그러나 해마다 자주 접해 이제는 평범하게 느껴지곤 하는 이상기후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현실과 일상에 깊이 침투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라는 단어로의 전환이 이미 이루어진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는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인간이 파괴한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타인의 관심사’에 불과하다. 그들은 해마다 조금씩 더워져도 에어컨을 그만큼 강하게 틀면 그만이라고, 극지의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일 뿐 자신에게는 큰 피해가 없다고, 몇 나라의 크기에 육박하는 쓰레기 섬이 바다 곳곳에 생겨도 당장 내 앞에 악취를 풍기지 않으니 그저 내버려 두면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 인해 생물종의 90% 이상이 사라졌지만, 아직 우리가 멸종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여긴다. 쓰레기장을 도시에서 격리하고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인 동물의 살해를 일상과 분리한다. 하지만 재앙이 눈을 가린다고 닥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환경과 기후, 오염과 위기를 스스로 삶과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간으로 인한 종말론을 미신적이고도 광신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젊은 세대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어쩌면 ‘기후 우울증’이 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자신의 세대가 인류의 마지막이라는 직감에 몸서리친다. 어쩌면 이 대에서 우리의 행성이 인간을 몰아내리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에 조금만 관심을 깊이 가져도, 동물과 환경, 쓰레기와 기후에 관한 책을 단 한 권만 읽어도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애써 미루어 둔 ‘그것’과 나 사이, 두껍게 그려둔 경계에 바늘 같은 구멍만 내도 순식간에 진실이 터지듯 밀려 들어올 것이다.

다행히 그 진실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와 기업에게 호소하는 집단, 개인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져 대기업에서도 긍정 마케팅의 하나로 종이 빨대와 컵, 생분해 플라스틱 등으로의 전환과 비건 음식, 동물성 원료 무첨가 화장품 등을 발빠르게 내세우고 있다. 분해되는 데에 500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아직 최초의 플라스틱조차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 시기에 위와 같은 움직임은 어떤 식으로든 우선 환대받아야 한다.

사회의 움직임이 이러하다면 문학은 어떨까. 젊은 작가를 필두로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기후와 동물권, 환경오염 등을 언급하는 문학 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 지구를 되게 사랑하시나 봐요.”

단아 : 내가 사는 곳인데 잘 가꾸고 아껴줘야지.”

영화 : 북극곰 후원도 하실 기세네.

단아 : 어? 하고 있어. 돌고래도. 너도 해.

-드라마 《런온》 중

 

문학은 인간의 반영이다. 그렇기에 작가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이전에는 어렴풋이 감지가 되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 그것을 마냥 바라만 보고 있을 작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스갯소리와 농담으로라도 대중에게 환경과 기후의 위기를 끊임없이 경고하는 지금의 흐름에서 담장 작가의 단편 소설 〈파라소찰〉은 자연스럽고도 합당한 시의성을 띤 채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제목부터 아리송한 이 소설은 생명처럼 행동하는 정체불명의 물체 ‘파라소찰’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 창조, 분리, 소거된 것들의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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