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를 죽여선 안 돼 : 성(性)과 종교의 디스토피아>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 (작가: 지오토,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23년 5월, 조회 90

이 리뷰는 1화부터 19화까지 읽고 나서 쓴 리뷰입니다. 

 

 

 

 

1.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 The Handmaid’s Tale>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 중에서 <시녀 이야기>라는 책을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출생~현재)가 집필한 명작이며 미국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니까요. 마거릿 애트우드는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는 여성 작가입니다. 그녀는 1961년 영문학 전공으로 토론토 대학교 빅토리아 칼리지 학부를 졸업했고, 1962년 하버드 대학교 레드클리프 칼리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로도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여 여러 문학상과 훈장들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오토 작가님의 <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전지구적인 전쟁과 환경 오염, 각종 성질환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한 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가부장제와 성경으로 국민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여성들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내용입니다. <시녀 이야기>에서 여성은 그저 아이를 낳기 위한 ‘자궁’이 될 뿐이지요. <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의 세계관도 비슷합니다. 3차 세계대전이 끝난 서구사회를 배경으로 종교 경찰들과 종교인들이 여성들을 억압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입니다.

10살이 넘은 여성들은 머리에 두건을 써야 합니다. 결혼한 여자는 푸른색 두건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노란색 두건을 써야 하지요. 그리고 아직 월경을 하지 않는 여성은 두건 위에 붉은 색 별을 붙여야 합니다. 종교 경찰로 활동하며 여성들의 몸을 검사하는 여성들(통칭 ‘이모’라고 부름)은 검은색 두건을 써야 합니다. 또한 <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 세계관 속에서 여성들은 외출에도 제한이 있고, 학교를 갈 수 없고, 글을 배울 수 없으며, 직업도 가질 수 없습니다. 여성에겐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만 허락되지요. 아이를 낳지 못하면 남편이 아내 교환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2. 발치 수술

<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에 등장하는 특이한 설정으로는 3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의 질 안에 ‘이빨’이 자라는 것입니다. 여성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지게 될 시에 질 속에 있는 이빨이 튀어나와 남성의 성기를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이에 남성들은 월경을 시작하는 12세 전후의 소녀들의 질 속에 있는 이빨을 제거하는 ‘발치 수술’을 시행합니다. 발치 수술을 받지 않거나 거부하는 여성, 월경을 하지 않는 여성은 마을에서 쫒겨나도록 되어있지요.

이런 식으로 추방당하는 여성들에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여성’, ‘남성에게 복종하지 않는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추방된 여성들을 도시 밖에 깊은 검은 숲에 들어가 마녀가 된다고 합니다. 도시, 마을에 종속된 모든 여성들은 검은 숲의 마녀를 저주받은 존재로 생각하고 몹시 두려워합니다. 그럼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과연 검은 숲에 살고 있는 마녀들은 정말로 사악한 마녀들일까? 가부장제와 종교가 결합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남성 종교인들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3. 생육하고 번성하라

창세기 1장 28절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성경에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구절을 종교 권력자들은 국가를 위해, 여성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시녀 이야기>에서는 성경의 창세기에서 불임인 라헬(Rachel)이 남편 야곱(Jacob)에게 하녀 빌하(Bilhah)를 제공하여 자식을 얻는 ‘라헬과 레아 이야기’에 기반하여 ‘시녀’ 제도를 도입합니다. 아무리 남근로고스적 가부장제 종교국가라고 하여도 결국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생식능력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생식능력을 가진 여성들은 국가, 정부, 종교, 가정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착취하고, 억압합니다.

오프레드의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일관된 서사를 구축하기보다는 현실 묘사, 과거 회상, 사색들이 뒤섞인 파편적인 이야기들이다. 에필로그에서 밝혀지듯 소설은 길리어드를 탈출한 시녀 오프레드가 자신의 증언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것을 200년 후 역사학자들이 발견하여 글로 옮긴 것이다.

절대적 가부장 사회이자 계급사회로 여성의 가정성, 임신과 출산, 남성에 종속 등을 의미하는 “전통적 가치로의 회귀” (Atwood, 2017:7)를 주장한다. 생물학적 본질주의에 기반하고 종교 담론을 전유한 길리어드 담론에 따라 여성들은 모든 직장에서 해고되고 여성 명의의 은행 계좌는 동결되어 여성들의 경제활동, 자산 소유는 금지된다. 

또한 여성들은 기능에 따라 지배계층인 사령관의 아내(Wife), 대리모 역할을 하는 시녀(Handmaid), 하녀(Martha), 하층계급의 아내인 이코노와이프(Econowife), 그리고 시녀들의 교육관인 아주머니(Aunt) 등으로 분류되어 사회에 재편입된다. 늙었거나 불임인 여성,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반체제 여성들은 비여성(Unwoman)으로 분류되어 독극물과 방사능 폐기물장인 식민지(Colonies)로 추방된다. 여성들은 그들의 사회 계층을 나타내는 지정된 색과 의복을 입어야 한다. 사령관 아내는 파란색, 시녀는 빨간색, 하녀는 녹색, 이코노와이프는 그들의 다양한 역할을 상징하는 다양한색 줄무늬를 입고 아주머니는 갈색 옷을 입는다.

대량 불임의 세계에서 성공가능한 난소를 가진 여성들은 급락하는 백인종 출산율을 역전시키려는 정권의 프로젝트에 강제로 동원된다. 화학 오염물질들이 생식 시스템을 훼손해 불임이 만연하고 가임여성 네 명 중 한 명만이 생존가능한 아기를 낳는 길리어드에서 많은 남자들 역시 불임이지만 “공식적으로 더 이상 불임 남자 같은 건 없다. 임신 가능한 여성들과 불임여성들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법이다(Atwood, 2017:61).”

글/지식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성들은 언어와 담론을 박탈당한다. 여성은 읽기와 쓰기가 금지되어 있어 글을 읽다가 발각되면 손이 잘리고, 읽는 것을 막기 위해 상점의 간판도 그림으로 대체한다. 신문, 잡지도 사라지고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보여주는 TV 뉴스 시청도 의례의 밤에만 가능하다. 성경조차 늘 상자 속에 넣고 잠가두고 사령관이 읽어주는 것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읽고 쓰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은 주입된 것만을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것으로 지식의 통제를 의미하며 언어와 담론 박탈은 체제에 순응하게 하고 저항의 가능성을 막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정된 길리어드 성경에 의하면, “순종하는 자는 복이 있다. 침묵하는 자는 복이 있다(Atwood, 2017:90).”

소설에서 앳우드의 여성주의적 관심사는 주로 젠더 파시즘의 디스토피아 길리어드에서 여성의 성적 역할과 관계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여성들의 신체는 재생산 도구일 뿐이므로 여성들은 정체성, 욕망을 죽이도록 강요당하고 정신의 텅빔을 열망하도록 세뇌당한다. 시녀들은 다시 채워질 가치가 있도록, “은총으로, 사랑으로, 자기 부정으로, 정액과 아기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텅 비워 달라”(Atwood, 2017:194)고 기도한다.

김미령. (2022). 디스토피아 서사에 나타난 성의 정치학과 그 현재성: 마거릿 앳우드의 시녀 이야기. 인문사회 21, 13(2), 1327-1342.

<남자 아이를 울려선 안 돼>의 주인공인 엠미아의 어머니는 여성억압적인 세계관에서 가장 순종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종교 경찰의 아내로서 17살이 되도록 생리를 하지 않는 딸 때문에 남편과 아들의 장래에 큰 타격이 갈까봐 걱정하고, 아들과 딸을 심하게 차별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엠미아의 어머니같은 어머니들이 꽤 있다보니… 뭔가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공부를 못해도 4년제 대학교를 보내줘야 하지만, 딸은 일찍 취직해서 남동생이나 오빠의 학비를 벌어야지 무슨 대학교를 가느냐!” 라고 떠들던 시절이 있었지요.

제 친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본인이 어렸을 때에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까지 다니던 여성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친정 부모님들은 할머니와 할머니의 여자형제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보내주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작 할머니의 늦둥이 남동생은 학교를 보내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는 친정 부모님을 아직까지도 원망하고 계세요. 저희 친할머니는 나이에 비해서 엄청나게 기억력이 좋고, 머리도 비상한 분이세요. 한글을 읽고 쓰는 것도 독학으로 깨우친 분이십니다. 할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것이 엄청난 한이라고 하십니다.

학교도 못가고, 직업도 가지지 못한체, 19살에 시집가서, 아이를 낳고 기르고, 부엌 살림만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늙은 할머니가 되셨다고 하십니다. 만약에 할머니께서 어릴때 학교를 다녔더라면 지금쯤 의사, 변호사, 교수처럼 공부로 성공한 분이 되시지 않았을까?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친할머니께서 노인 대학에 다니고 계십니다. 제 친할머니께서 살아온 인생은 <시녀 이야기>나 <남자아이를 울려선 안 돼>에 등장하는 세상과 매우 비슷한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오셨지요.

 

 

4. 끝으로

지오토 작가님의 <남자아이를 울려선 안 돼>는 제5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예심 및 출판 계약 검토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저는 편집부 추천작이라서 호기심에 읽다가 재미있어서 쭉 보게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지오토 작가님의 <남자아이를 울려선 안 돼>를 꼭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