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황제 : 날개를 펼치고 꿈을 이루리>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아기황제 (작가: 이규락, 작품정보)
리뷰어: 난네코, 23년 5월, 조회 45

1. 설화란?

설화(說話)란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꾸며낸 이야기로 신화·전설·민담 등을 포괄하는 구비문학을 뜻합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부분 학교에 가서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텍스트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근대 사회에 살던 사람들은 다릅니다. 극소수의 왕족이나 양반들을 제외하면 절대다수의 인간들은 글을 읽고 쓸줄 몰랐습니다. 당장 저희 할머니만 하더라도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신적이 없으셔서 면사무소에서 서류를 읽는 것도 힘들어하십니다.

따라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설화는 대다수 민중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설화를 말하고, 듣는 이들의 신분은 일반 백성, 평민들이라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설화 중에는 양반이나 지식인 사이에서 발생하여 전승되는 것들도 제법 많습니다. 설화가 문자로 정착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진 것도 교육수준이 높은 양반이나 식자층 덕분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화는 구전에 적합하게 단순하면서도 잘 짜인 구조를 지니며, 복잡한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이 점이 소설과 설화의 차이점이지요.

 

 

2. 아기장수 설화

아기장수 설화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설화이지만 아기장수 설화의 기원이 언제인지는 불분명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설화란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최초의 유포자가 누구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인터넷 IP기록을 조회만 하면 누가 최초의 유포자인지, 누가 인터넷에 이 글을 썼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오늘날과 다릅니다.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에 따르면, 아기장수 설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삼국사기(三國史記)』와 『읍지(邑誌)』에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는 1145년 고려 인종 시절에 김부식(金富軾), 최산보(崔山甫), 이온문(李溫文), 허홍재(許洪材), 서안정(徐安貞), 박동계(朴東桂), 이황중(李黃中), 최우보(崔祐甫), 김영온(金永溫), 김충효(金忠孝), 정습명(鄭襲明)이 편찬한 역사서이고, 『읍지(邑誌)』는 16세기에 편찬된 조선시대 각 지방 군현의 행정구역 사례집입니다. 선조임금, 광해군, 인조임금, 효종임금, 현종임금, 숙종임금, 경종임금, 영조임금, 정조임금, 순조임금, 헌종임금, 철종임금, 고종임금(황제), 순종황제 시절에 군현지 분포도 수록되어있습니다. 『읍지(邑誌)』는 지방지 사료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아무튼, 아기장수 설화로 넘어가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상남도 밀양시 산외면 용산 마을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어미가 방아품을 팔고 오니 삼칠일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날아가 천장에 붙어 있었다. 저녁에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관가에서 알면 큰 해가 미칠 것이니 아이를 죽이자고 했다. 아이를 기름틀에 넣고 호박돌과 나락 한 섬으로 눌렀는데도 아이가 죽지 않았다. 나락 두 섬을 실어도 기름틀이 끄덕끄덕했다. 나락 세 섬을 실었더니 벌벌 떨다가 마침내 죽었다. 아이가 죽고 나자 마을의 ‘용바우’ 속에서 용마가 나와 공중을 선회하다가 보탕들이란 소(沼)에 빠져 죽었다. 아직도 그 바위에 피 흔적이 남아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옛날 어느 곳에 한 평민이 아들을 낳았는데, 태어나자마자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어 이내 날아다니고 힘이 센 장수였다. 부모는 이 장수가 크면 장차 역적이 되어 집안을 망칠 것이라고 해서 돌로 눌러 죽였다. 아기장수가 죽을 때 유언으로 콩 닷섬과 팥 닷섬을 같이 묻어달라고 하였다. 얼마 뒤 관군이 아기장수를 잡으러 왔다가 부모의 실토로 무덤에 가보니 콩은 말이 되고 팥은 군사가 되어 막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결국 아기장수는 성공 직전에 관군에게 들켜서 다시 죽었다. 그런 뒤 아기장수를 태울 용마가 나와서 주인을 찾아 울며 헤매다가 용소에 빠져 죽었다. 이 설화의 원형은 ‘아기장수가 부모에게 죽고 관군에게 다시 죽은 뒤 용마가 나왔다.

『한국구비전설의 연구』 (최래옥, 일조각, 1981)

부모가 아기장수를 죽이는 방법으로 돌 대신 곡식 넣은 자루나 맷돌·안반이 사용되기도 하며, 재기를 위한 아기장수의 유언으로는 콩 100알을 빠짐없이 볶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그 유언의 파괴자는 어머니가 된다. 관군은 남이(南怡) 장군이나 김방경(金方慶)장군 등 구체적 인물로 나타나거나 중국 천자, 일본인 등으로 변이되어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용마출현 부분이 탈락되는 경우도 흔하다. 제주도 등 도서 지방에서는 아기장수가 죽지 않고 겨우 장수 노릇을 하면서 명맥을 유지하는 내용도 전한다. 또한, 지리산 산신이 아기장수를 출생시킨 경우도 있는데, 「둥구리전설」과 「우투리전설」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출생시 태를 가를 수 없어서 억새로 잘랐다는 부분이 첨가되어 있으며, 곡식을 가지고 바위 속에 들어가 수련하는 장면이 특이하다. 관군은 이성계(李成桂)라는 인물로 집약된다.

『한국소설의 이론』 (조동일, 지식산업사, 1979)

한줄로 요약하자면 가난한 평민의 집에 날개 달린 아기장수가 태어났으나 꿈을 펴지 못하고 날개가 잘려 일찍 죽었다는 내용입니다. 요즘 세상에도 수저계급론이라고 부모의 재산과 직업으로 서로를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누는 세상인데 신분제가 있던 시절에는 오죽했겠지요. 비범한 아이가 태어나면 전혀 서포트를 해줄 수 없는 집이기 때문에 영아살해를 시도한 부모라… 아기장수 설화는 읽으면 읽을수록 참으로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피임법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이가 생기는 족족 낳아야 했던 시절이었다는 것이니까요.

정녕 사회가 정해놓은 보통, 정상성의 규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살아서는 아니되는 것일까요?

 

 

3. 아기 황제

여인의 몸으로 태어난 아기황제.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고생했던 과거의 여인들이 바라고, 또 간절히 바라던 구세주입니다. 역사서에서 황제나 왕으로 불린 여성은 매우 드뭅니다. 남성 왕, 남성 황제는 많은데 여성 왕, 여성 황제의 존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보통의 여성들과 달랐으니까요. 중세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 성행했습니다. 중세 유럽인들은 불안 해소와 기존 질서 유지를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마녀로 몰아서 희생시킵니다. 그 결과 15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동안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을 통해 수십만 명이 처참하게 살육당했습니다.

마녀사냥에 대한 연구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갈등, 자본주의 발흥 및 근대 국가의 탄생과 권력투쟁, 여성에 대한 혐오 등을 마녀사냥 발생의 원인으로서 제시하였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 특히 유럽에 만연했던 흑사병, 인구증가와 경제위기, 종교개혁과종교전쟁 등의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감과 위기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마녀재판을 통하여 사회적 약자들을 마녀로서 희생양으로 삼게 한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기독교는 구교와 신교 모두 신의 섭리와 악마의 마술을구분하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마녀재판을 부추겼고, 여성의 존재적 열등함과 부정함을 강조하는 한편, 인류 타락의 원인 제공자로서 여성을 폄하하며 사회적 약자 중에서 여성들을 겨냥하여 마녀사냥을 주도하였다. 그러한마녀사냥의 본질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층의 여성에 대한 편견 및사회적 약자의 대표 격인 여성에게 혼란과 불안의 원인을 투사한 인간의죄성(罪性)이 자리잡고 있다.

마녀사냥의 문제는 그것이 특정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방식이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방식으로 투사될 수 있다는 데에있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마녀사냥을 방지하는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에기반한 건전한 교리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대정신 및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다.

 

최성훈. (2020). 중세 마녀사냥과 사회적 약자: 여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선교와신학, 52, 437-466.

아기 황제의 어머니, 아기황제의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들의 어머니들은 무고한 이들을 살해하고, 나라를 전란에 빠뜨리는 불경한 존재들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고, 또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존재가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어머니들은 조선이라는 사회에선 ‘마녀’와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목이 구렁이처럼 긴 여인네,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나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여인네들은 전부 마녀로 몰려서 핍박을 당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 마녀로 몰려서 죽은 사람 중에는 혼자서 사는 늙은 산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산파는 출산과 분만을 돕는 경험많고, 지혜로운 노년 여성들임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었지요. 어머니의 어머니들도 똑같았습니다. 시댁에 시집와서 힘들게 아이를 낳고, 혹독한 시집살이와 남편의 가정폭력을 당하며 핍박당했지요.

 

 

4. 그 이후

결국 여인들이 간절히 바랬던 아기 황제는 하늘나라로 돌아갑니다. 어머니들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전쟁으로 인해 여인들, 어머니들의 삶은 더더욱 비참해집니다. 결국 전란에 빠지고, 무고한 이들이 살해당하는 것은 조선의 어머니들이 아니라 왜나라의 군사들이었습니다. 애꿎은 여인들만 죄인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비통합니다. <아기 황제>는 참으로 애통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절한 이야기입니다. 꿈을, 날개를 꺾이지 않길 바라는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간절한 바램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이규락 작가님이 발표한 12편의 중단편 소설들 중에서 브릿G 계약작으로 선정되고 브릿G 추천셀렉션을 받은 작품입니다. 꼭 한번 일독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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