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대님의 3066년 미래인의 편지를 읽고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3066년 미래인의 편지 (작가: 양대대, 작품정보)
리뷰어: 녹음익, 23년 5월, 조회 46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품의 감성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뷰 공모를 올려놓으셨길래 도움이 될까 싶어 주관적인 견해이나마 몇 자 적어봅니다.

앞서 감성이 마음에 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화자의 감성을 전달하는 것에 그칠 뿐,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다소 미진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글 전체가 단지 감성과 이미지를 묘사하는데 치중하고 있어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떠한 배경 이야기에서 똑 떨어져 나온 인물의 독백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건 보통 소설이 아니라 시에서 많이 접하는 형태인데, 엽편이라고 해도 길이만 짧을 뿐 결국은 소설이기 때문에 서사에 좀 더 중점을 두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헤밍웨이가 썼다고 전해지는 <팝니다: 아기 신발, 사용한 적 없음>이라는 짧은 소설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 함축적인 글을 읽으면서 어떠한 정서(아마도 슬픔)를 느낄 텐데, 이때 독자가 느끼는 정서는 화자의 현재 감정이 직접적으로 전염된 결과가 아니라, 그 이면에 깔려 있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지각하고 그것에 반응한 결과일 것입니다(이 짧은 소설이 배경에 깔고 있는 이야기가 (몇몇 디테일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결코 암시적이지 않으며,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인식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반면에 양대대님의 글을 읽으며 드는 정서는 이처럼 기승전결을 가진 이야기 자체에 노출된 결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입장과 화자가 현재 느끼는 한순간의감정에 순간적으로 이입한 결과로 일어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초입에 묘사되는 미래 세계는 몹시 낯설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 독자는, 이어서 미래 세계의 주민인 화자가 독자가 현재 살고 있는’ 2023년의 과거를 동경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화자의 현재 정서에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왜냐면 독자에게 ‘2023년의 현재는 익숙한 곳이고 작중의 미래 세계는 낯선 곳이기 때문에 독자와 마찬가지로 ‘2023년의 현재를 더 나은 곳으로 파악하는 화자는 독자와 애초에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화자가 찰나에느끼는 정서에 이입한 결과일 뿐이지, 어떤 시간적 부피를 가지는 이야기에 의한 효과는 아닌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명목상 소설임에도 이야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꽤 많이 비어 있기 때문에 이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성을 주지 못하고 어떠한 이야기의 첫머리 같다는 인상을 주는 지점에서 그쳐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이 글 뒤에 어떠한 이야기를 부연하거나, 아니면 (이 글 자체가 주는 정서가 저 개인적으로는 꽤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완전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도록 단서들을 글 내부에 조금 더 집어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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