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내 취향도 아닌데 끝까지 읽게 하는 마력은?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바오로의 허물 (작가: 산메메,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1월, 조회 25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은 사실 ‘습자지’ 한 장 차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습자지’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택한 건 아니었지만 의미는 비슷했다. 아름다운 것은 곧 추한 것과 맞닿아 있고, 추한 것 역시 아름다운 것과 닿아있기 마련이라는 그 심오한 이야기를 바로 이 소설 <바오로의 허물>은 몰입감 있게 ‘이야기’로 빚어낸다.

 

시작점에서 하나만 말하고 가겠다. 나는 본디 모든 글을 빠르게 읽는 편이다. ‘속독’이 체화되어 있고, 무엇을 읽든 ‘주요 포인트’만 딱 잡아서 후루룩 읽고 난 뒤에 마음에 들면 한번 더 읽는 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참 신기하지. ‘속독’이 불가능한 소설이었다. 조금이라도 ‘속독’하려고 들면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해보니 이 소설은 문장이 꽤나 촘촘하다. 자신을 ‘저’라고 지칭하는 한 사람이 누군가에 말하는 ‘어투’로 쉬이 읽히는 편이지만, 거울이나 주변환경에 대한 묘사, 스토리 전개 방식이 독특한 편이라 차근차근 몰입해서 읽지 않으면 전체적인 그림이 쉬이 그려지지 않는다.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구체화’하기 보다 ‘비유’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어서 색다르면서도 ‘그게 그래서 무엇이지’ 하며 한동안 멈춰 있어야 할 때도 있었다.

 

허나, 나는 중도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 문단을 읽을 때가 되자 어떠한 ‘그림’ 하나가 완성되었다. 어쩌면 작가가 내게 보여주고자 했던 게 이러한 이야기, 보여주고자 했던 게 이런 이미지는 아닐까 하고 어림짐직하며 찜찜하고도 어지러운 기분으로 독서를 마쳤다.

 

– 지금 거기서, 멈추지 말라.

 

이 소설을 권하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줄로 요악하자면 딱 이 말이다. 한 문장 그리고 한 문단씩 차근차근 읽어가던 끝에 결말에 멈춰서야 전체 그림이 보일 만큼 하나씩 보여주는 소설이니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 그러했을 때 세상 가장 아름다운, 마치 천사와 같았던 외양의 주인공이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그 ‘추악’해지는 것에 어떠한 비밀이 숨어 있는지 낱낱이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소설은 참, 신기하다.

 

아름다운 외양으로 세상을 참 쉽게 살던, 모두의 사랑을 독차자하던 수사 바오로가 ‘곡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거울을 손에 넣고서 아름다움을 잃고, 제 몫이었던 생마저 빼앗기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헌데, 기이하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도 내가 읽은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수사 바오로가 거울과 함께 믿어왔던 신과 멀어지고 기묘한 환영과 환청에 시달렸던 것처럼 이 소설 속 문장이 ‘기묘한 분위기’를 계속 자아내서일까. 다만, 땅딸보에 대해서 결말에 대해서 좀 더 구체화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작가는 코멘트에서 ‘싱숭생숭’하는 기분으로 이 글을 올렸다고 한다. 다 읽고 난 뒤의 독자인 나 역시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리뷰를 쓴다. 좋은 의미의 ‘싱숭생숭’이다. 오랜만에 한 소설을 꽤 오래 곱씹게 했으니 말이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우리 과에는 그런 말이 유행했다. “못잘썼다”는 말. 못썼다와 잘 썼다는 말은 반대다. 근데 그 말이 붙어서는 기이한 뜻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잘썼다’고 말하는 기준(가독성 좋은 문장,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장면 등)으로 그 글에 잣대를 들이댄다면 잘 썼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건 분명 잘 쓴 이야기라는 뜻이다. 매력을 넘어선 그만의 마력이 살아 있는 이야기에 그런 말을 붙이곤 했다. 일종의 유행어처럼 돌았고, 난 그 말을 좋아했다.

 

이 소설은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에서 그 두 개를 맞대어 놓고 마지막 결말까지 독자가 읽어가게끔 유혹한다. 그 마지막에 서서 전체 그림을 보고 나면 독자는 스스로 묻게 된다. 아름다움은, 추함은 대체 뭐지? 내가 저 상황, 주인공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품다가 그 모든 게 그리 중요치 않아진다. 망연한 기분으로 다시 한번 홀린 듯 첫 문장을 읽게 하는 마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오랜만에 읽어본 ‘못잘쓴’ 소설이라고 해두자.

 

참, 매력적이다. 마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걸 어떻게 해서든 잘 설명하기 위해 참 많은 글자를 사용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백마디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빠르다. 이 리뷰를 보고 혹여나 궁금해졌다면 지금 바로 이 소설 <바오로의 허물>을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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