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왼쪽으로 50미터 가량 떨어진 인도의 한 곳에 서 있는 한 여자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반적으로 묘사가 차분하여 마치 눈앞에 있는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정서 형성이 잘 되었다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 중 하나다.
– 우리 아들이 여기서 죽었습니다.
첫 문단 그 뒤에 바로 던져지는 팻말의 문장. 여기서 나는 이미 멈칫하고 이 소설 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 소설의 두 번째 장점은 이러한 팻말 속 문장 뿐 아니라, 대사도 차분하고, 서늘하면서 동시에 말맛이 살아 있어서 몰입이 잘 된다는 지점이다.
이쯤에서 말하자면 이 소설, 저 아들의 죽음에 대하여 지방신문 기자인 ‘나’가 추적해가는 서사로 이뤄져 있으며 사이사이에 관련자들과의 대화가 끼어드는 구성이다. 다시 말해, ‘대화’로 끝까지 전개되며 그 아이가 왜 죽게 되었는지도 밝혀진다.
임대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이나, 폭력적이고 무능한 부모 아래서 고통 받는 아이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쓸 때 가장 주의하게 되는 것이 자칫 너무 암울하거나, 사회 비판적인 분위기로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인데 이 소설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을 잊지 않으면서 마지막까지 읽게끔 하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필자 생각에는 문장이다. 짧고 간결하여 가독성 있으면서도, 쓸쓸한 분위기까지 잘 만들어냈는데, 아마도 작가가 이 소설의 전체 흐름을 장악하되 관여하지 않고 ‘보여주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78매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도 인물이 잘 보이고, 장면들이 명확하며, 사건 전개가 부드러워서 리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누구라도 작품을 한번 읽어본다면 만족이다.
분량이 짧고, 잘 읽히는 편이라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겠지만 다 읽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야기에 대해서는 스포가 될까봐, 편견을 만들어줄까봐 설명하지 않겠다. 오랜만에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지는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