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4월 5일에 태어난 19살의 ‘나’가 1995년 10월 14일 로얄 알버트 홀 안에 있다는 설정부터 흥미로운 이 소설은 단숨에 끝을 볼 만큼 흡입력 있었다. ‘나’는 어떻게, 왜 그곳에 있느냐? 묻는다면 뮤지컬 덕후이자 시간 여행자라는 간단한 소개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더욱 이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지점은 그 공연장에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10주년 기념 올스타 콘서트를 관람하는 ‘나’가 자그마치 9명이라는 사실이다.
19살과 21살, 52살과 67살 등 과거, 현재, 미래의 ‘나’가 한 공간에 모여 있으며, 7명은 객석에서 2명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이 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원고지 38매의 짧은 소설인 만큼 사건이나 스토리 전개가 특이하진 않지만, 그 분량 내에서 자신만의 ‘시간 여행’을 풀어내는 저자의 시각과 구축해낸 장면은 매혹적이다.
시간 여행은 ‘공간 이동’을 포함하며, 과거-현재-미래의 ‘시제’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이 소설의 세계관은 기나긴 설명 없이 ‘장면’과 대사만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세계관을 설정한다는 것은 어떻게 독자를 설득해야 할지 애매할 때가 많은데 저자는 한 공연장에 앉아 있던 과거-현재-미래의 ‘나’를 보여줌으로써, 그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흥미로운 세계관과 재치 있는 어투, 장면 연출이 매혹적인 이 소설을 읽으며 필자는 ‘1995년 6월 29일’을 떠올렸다. 필자에게 ‘단 하루의 과거’만 가볼 수 있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택할 만큼 인상적인 하루다. 필자의 학창시절을 밝혀주었던 故김광석의 KMTV 슈퍼콘서트가 열린 날이자, 삼풍백화점이 붕괴한 날이다. 1992년 생인 필자가 그 하루로 돌아간다는 건 ‘시간 여행’ 외에는 설명되지 않을 테고, 영원히 30대에 머무른 ‘그’ 가수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뜻 깊은 하루가 될 테다.
물론… 우리의 마음 속에 크나큰 상처가 된 붕괴의 장소로 가보는 건 아주 먼 미래의 내가 될 테지만… 잘 짜여진 소설을 읽으며 필자 역시 구체적으로 ‘단 하루’로 돌아가는 과거-현재-미래의 ‘나’들에 대하여 떠올려보았다. 시간 여행에 관심이 있다면, 시간 여행에 관심 없대도 딱 하루만 ‘날’을 되돌려보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지’에서 이아람 작가의 ‘시간 여행자의 고충’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