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다면 국가에서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분류되어 이송되면 온갖 검사와 치료를 진행한다. 국가에서 결정하지 않았음에도 제발로 찾아간 혜원.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며 입원을 결정한다. 병원에 발을 디딘 후 그녀에게 펼쳐진 풍경은 당혹감과 공포감을 일으킨다.
혼란스러움 속에 두 인물이 눈길을 끈다. 그녀의 담당 간호사 박훈과 303호 강민기. 정확하고 차가운 듯 보이는 박훈은 혜원이 그 분위기에 적응할 수록 도와주면서 다른 간호사들과 다른 따뜻함을 비춘다. 이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고 감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강민기는 혜원이 필요할 때 늘 곁에 있다. 툭툭 던지는 말들을 통해 위로 아닌 위로를 전한다.
모든게 낯설게 느껴진 혜원에게 확 각인된 충격적 사실. 수용소에 가기 직전의 사람들은 괴물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사랑을 주거나 받지 못하면 곧 죽음에 이른다는 것. 유난히 무표정 무감정의 느낌을 주던 강민기도 그 괴물같은 존재라는 걸 알게된 혜원은 충격적인 선언을 하게 되는데…
바로 강민기와 결혼을 하겠다는 것!
그 선언 후 예상치 못했던 만남들이 이어진다. 가족과의 만남부터 그 과정을 미리 거쳤던 사람까지. 하나같이 이야기 하는 건 동일하다. ‘넌 후회하게 될거야, 이건 아니야’
온갖 반대에도 혜원은 그 선택을 이어가고, 강민기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떠하다라고 딱 단정지을 수도 없고, 너무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 나타나기에 참 어려운 것 같다. 그 어렵고 추상적인 감정을 객관화하여 표현했다는 점이 신박하게 다가왔다.
감정이라는 개인적인 영역을 국가가 결정하고 관리하며 남들과 다른 사람은 결국 죽음에 이루는 이분적인 구조. 감정엔 사랑만이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있는데 왜 하필 사랑이었을까? 사랑을 못 받고 못 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건가? 미워하지 못하는 건 나쁜 게 아닐까?
이런 수많은 의문 끝에 나는 나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결혼 적령기가 되면 온갖 잔소리에 시달려야하고, 결혼을 못하면 집안의 큰 골칫거리가 된 듯하다. 모태솔로, 노총각, 노처녀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들이 생긴 것도 사회의 틀 안에서 누군가의 결여된 경험을 나쁜 것이라 치부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노선에 있었던 강민기에게 혜원을 위로할 수 있었던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있었던 것처럼 사랑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에게숨겨진 뜻밖의 감정들이 풍부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감정들이라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감정들이 더 빛날 날이 찾아온다. 모두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길, 어리숙함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