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작가님의 <렌항과 나>는 <자매의 탄생>, <발광하는 여자친구>, <베를린까지 320킬로미터>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연작소설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읽기 전에는 연작소설인지 모르고 <렌항과 나>만 먼저 읽었기에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할까 해요.
<렌항과 나>는 잔잔한 파동의 문학적 미스테리 이야기 입니다. 처음 작품에 발을 들여 놓으면 내가 미스테리, 추리 소설을 읽는게 아니라 순수문학을 읽는 것 착각이 들 정도 입니다. 주인공이 둘러 싸인 공간적 배경과 그 속에에 느끼는 이국적인 스산함이 결이 고울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낯선 공간 속에서 남편과 아내가 공항에서 헤어지는 단순한 장면을 빠르게 이어 나가기 보다는 아내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는 메마른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이야기가 매끄럽게 잘 읽히는 것이 이 글의 매력입니다.
공항에서 남편은 한국으로 떠나고 아내는 다른 일정으로 그 곳을 향해 떠납니다. 지극히 자연스럽던 이야기는 막이 바뀌면서 조금씩 긴장감을 갖게 만듭니다. 부부가 처음 만나게 되었던 이유와 오래전 사진전을 했던 아내의 기억속에서 이야기,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줬던 P선배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이야기가 계속 진행됩니다. 모호하면서도 이질적인 중국의 사진작가 이야기를 비롯하여 잠시 한국으로 떠났던 남편과의 통화는 무언가 사건이 떠오르기 이전의 전초전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잘 짜여진 각본처럼 아내는 남편과 헤어지고 장례식에 간 그녀는 또 다른 상황과 마주 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다져놓은 이야기라면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랄까요. 도드라진 이야기가 낯설면서도 그레스크한 그들의 이야기가 물 속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어요. 시각적인 상황을 마주한다면 저 또한 머리 끝이 쭈뼛섯을만큼 그 순간의 공포가 크게 느껴졌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