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인 분위기만으로 독자를 취하게 하는 글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렌항과 나 (작가: 이준, 작품정보)
리뷰어: 소로리, 22년 8월, 조회 192

리뷰 대상인 렌항과 나라는 글을 읽고, 이후 작가 분의 연작 3편을 추가로 더 읽은 후에 글을 작성해봅니다.(+렌항이란 분 인생이야기도…)

 

*

 

글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주인공은 사정에 의해 독일에 홀로 남아, 장례식에 다녀오는 길에 어느 호텔에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굉장히 드문 경험을 하게 됩니다.

 

*

 

 

 

북유럽의 날씨는 우울합니다.

가본 곳이라 해봐야 독일과 덴마크 정도이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날씨는 대부분 흐린 하늘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덴마크에 있을 때에는 레고랜드도 갔었는데도, 기억나는 대부분의 감정은 우울함 뿐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사람의 기분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그저 보조할 뿐이지요.

고양이가 슬퍼보이는 눈을 하는 것도, 하늘의 날씨가 흐릿하게 얼굴 찌푸리는 것도,

모두 내 감정이 사물에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에 갔을 때 그리도 우울했던 이유는,

당시 거래처를 접대한다는 일에 넌더리가 났던 것과,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일로 연인과 싸운 것 때문이었습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꿈은 바스라졌고, 이곳에 그녀의 자리는 없습니다. 살짝 끼워넣은 정도일 뿐.

마침 귀향을 생각해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건 렌항의 이야기와 함께 찾아온 남편과 같은 것입니다.

괜찮은 길 같지만, 어쩌면 도망치는 길일지도 모를, 그런 것. 편할 것 같지만, 선택하면 그대로 끝나버릴 것 같은.

 

결국 그녀는 마침 발생한 장례식을 빌미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장례식에서, 이것마저도 그저 현실에서 눈을 돌려 도망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다 남편의 제안으로 우울함을 잠시 달래기 위해 돌아오는 길 호텔에 묵게 되고…

 

*

 

그녀가 이후 접한 비일상의 광경은, 그녀를 바꿔놓게 됩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현실 속에서 부유하며 마치 꿈꾸는 것처럼 살아왔지만, 실제로 꿈과 같은 일을 마주쳤을 때 그러한 상황에서 깨어나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됩니다.

막연하게 흘러만 가던 그녀의 인생에는 꿈이 생겼고, 그녀의 앞으로의 삶은 이제 좀 더 다채로워질겁니다.

 

*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무진 기행을 떠올렸습니다. 왜일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 머문 비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공간에서 일이 일어나기 때문일까…아니면 무기력한 ‘나’가 여기서 새출발의 계기를 찾게 되는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기 때문일까…아니면 읽는 내내 혼란해서 헝크러지는 내 머리속 때문일까.

이 글만 보면 한 개인이 몽환적 세계 속에서 스스로의 혼란한 내면심상을 정리하고 다시금 의욕을 찾아 현실을 살아가는 여로형 구조의 소설로 볼 수도 있겠지마는,

이 글을 포함하여 작가님의 다른 연작 3편을 추가로 보면, 각 이야기별로 등장하는 등장인물과 사건이 겹치는 걸 확인하면서(대표적으로 얀, 지아, 호수 등) 보다 몽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이야기 구조가 보다 강조되며, 모든 이야기의 핵심에 놓인 지아란 인물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만약 이 렌항과 나 라는 글을 보고 재밌으셨다면 다른 글들도 일독하실 것을 권장드립니다. 글 전반에 드러나는 독특한, 건조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만으로도 한 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상 렌항과 나 감상 후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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