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재미있게 보신 분? 있다면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은데.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노매딕 스타쉽 (작가: 얼빠진소, 작품정보)
리뷰어: 1713, 22년 8월, 조회 42

<**스포주의**>

사실 이 작품을 읽기 까지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너무 바빤던 것도 이유 중에 일부지만, 원고지 4125매. 약 830000자에 달하는 압도적인 분량. 그리고 아직 연재중이라고 떠 있는 표식. 솔직히 조금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원래 읽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대한 글은 도전을 하고싶은 욕심이 들기도 하고 일종의 정복욕 같은 것도 생기기 때문에 날 사로 잡았다. 그래서 읽어보았다. 노매딕 스타쉽.

나는 먼저 작가의 글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 작가가 쓴 글을 전부 다 읽어보았다. 트리메탈크산틴 알칼로이드 아포칼립스, 원숭이 손, 끊어진 세상의 고양이, 이 구독 서비스 구리내요, 아귀, 위대한 아드옥을 더욱 안전하게. 전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사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너무 귀하고 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종종 보이고 느껴지는 정도로 있다. 근데 그 세계관을 이 작가처럼 탄탄한 과학지식을 뒷받임 해서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보통 외계인이 나타나면 그 이유를 인문학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풀어낸 다음 서술하는 경우인데, 이 작가님은 외계인의 기술력과 거기서 발생하는 결함을 설명하고 지구로 온 이유를 들어내는 느낌이다. 아포칼립스 주제로 쓴 소설에 등장하는 ‘카페인’. 이 글을 읽을 때 내 손에 에너지 드링크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면서 버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이다. 이거 엔딩도 너무 좋았다. 좀비를 무찌를 방법이 잠이라니! 킹덤에 나오는 햇빛이나 온도, 다른 영화에 나오는 백신 같은 것도 아니고 잠이라니! 너무 참신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청명함이 속에서 감도는 것 같았다.

신체 강탈자 공모전에 낸다고 적으신 원숭이 손도 잘 읽었다. 소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내 소원을 한 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오싹함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를 띄어줄 수 있는 문장을 넣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너무 좋은 소설들이었는데 원래 목적은 노매딕 스타쉽이었으니 다시 되돌아와 보겠다.
노매딕 스타쉽. 불법적인 일을 하는 무기장이고 무기 수리원이라는 가짜 직업을 달고 사는 주인공이다. 선과 악 사이에 껴서 생존과 살 궁리를 하는 인물. 어떤 사람이 “법이 이렇게 원안에 있다면 나는 이 외곽을 따라서 아슬아슬하게 돌거야.”라고 한 말에 가장 부합한다. 우주 곳곳을 누비면서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스타워즈가 생각나는 우주를 누비는 듯 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가 주로 전개되고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다- 읽고 이걸 썼으면 좋았겠지만…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한게 바로 8월 26일 이었고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읽은 부분까지만 해서 의견을 남겨보겠다.

노매딕 스타쉽의 작가님에게서는 독자적인 특징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특징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첫번째는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우주나 기계 또는 자원같은 화학과 물리학 교과서에서 볼 듯한 소재들을 잘 쓴다는 것이다. 이게 독자적 세계관으로 작용하는데 추가로 동물이나 생명적 요소가 붙어온다. 이게 두번째다. 원숭이 손에서는 원숭이가. 끊어진 세상의 고양이에서는 고양이들이. 노매딕 스타쉽에서는 박쥐, 족재비, 고래 같은 자연적인 형체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이게 좋은게 딱딱하고 냉정한 미래 모습들 중에서 부드럽고 몽환적인(특히 고래가) 느낌을 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작가의 문체 부분인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당성’,’당위성’을 부여하는 게 많았다. 장르 특성 상 그런것 같기도 한데 전개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면 좀비물에서도 카페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고 시작을 한다던가 노매딕 스타쉽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돌입하는 식이다. 네번째는 작가의 성향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인데… 엄청나게 오밀조밀하고 철저한 설계와 구조를 잘 짜는 것 같았다. 이 구독 서비스 구리내요만 봐도 알 수 있다. 어플을 다운받고 나서 하라는 이용약관. 평소라면 읽지 않고 대충 훝은 뒤에 동의를 누르고 건너뛴다. 사실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은 내용을 직접 손으로 써내린 사람은 처음봤다. 그곳에 투자된 정성이 놀라워 감격했다. 노매딕 스타쉽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초반부만 읽었지만 엄청나게 오밀조밀하게 엮인 설정들이 한눈에 보였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총기 개수와 그 것들의 외형과 그 기능까지 다 정해놓은게 아닐까 궁금해 질 정도였다.

스토리의 기반도 탄탄하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귀여운 족재비를 기른다는 설정도 너무 좋았다. 쳅터 1번 부근에서 주인공의 과거사에 관한 정보를 준 것도 꽤 흥미를 불어 일으키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먼저 처음부터 보이는 원고지 4125매 분량의 내용이 부담스러워 읽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미 작가가 썼는 걸 어찌하겠냐만은… 그래도 확실히 망설이게 되는 분량이다. 두번째로는 방대한 지식의 양이다. 작가가 짜놓은 세계는 너무 탄탄하고 방대한데 그게 한꺼번에 밀려오다시피 하는게 초반부라서 아마 처음 읽게 되는 사람들이 뒤를 돌아 빠꾸하게 되는 것 같다. 1쳅터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그런 부분들이 눈에띄게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그곳까지 읽기 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작가는 꾸준히 글을 써 올려왔다. 나는 이게 가장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2달에 한 번 글을 올렸든 한달에 한 번 올렸든 주기와는 상관없이 꾸준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작품활동도 응원하겠습니다. 작가님. 좋은글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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