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에 살고 있는 백발의 노인에게 구운 닭다리를 구해다주고 듣게 된 이야기. 이야기를 빨리 듣고 떠나고 싶어하는 젊은이와 달리 닭다리를 즐기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백발의 노인.
[옛날 북부 연맹 비오렌티아 성 외곽에 부모를 일찍 여윈 남매가 살고 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 남자는 수확이 임박한 보리밭을 점검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황금색으로 물든 보리밭을 보며 흐뭇함을 느끼고 동생의 일손을 거들러 빨리 마을로 복귀한다. 돌아온 마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남자가 집 근처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있었고, 동생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말하길, 마녀가 찾아와 다 불태워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동생을 데려갔단다.
그 뒤로 자취를 감춘 남자는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나타난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농민에서 검사로 변신해 나타난 남자는 덩치가 꽤 크다. 동생과 나누어가졌던 반지를 손에 움켜쥔 채, 마녀의 산으로 향한다. 마녀의 산 끝에 도착하자 목적을 잠시 잊은 채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한다. 온 몸의 털이 곤두서며 느껴지는 파동. 종유석이 남자를 향해 날아왔지만 피한 후 검을 꺼내든다. 푸르게 빛을 산란시키는 날의 끝 후드를 뒤집어 쓴 마녀.
그렇게 남자는 오랜 숙제를 해결했다. ]
젊은이는 노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좀 더 솔직한 노인의 속마음을 궁금해했다. 그 젊은이의 시선 속에서 벗어났던 것들이 다시 시선 안에 자리 잡는다.
뻔한 결과라고 생각한 순간, 엄청난 반전이 숨겨있는 이야기였다. 툭툭 던져져있던 떡밥이 한 번에 회수되는 느낌이랄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담겨 있던 진실이 드러나자 소름이 확 끼쳤다. 한 여름밤 가볍게 읽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