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천국은 이천 광년 밖에서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수학여행 (작가: 윤지응,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2년 7월, 조회 38

과학이 발전한다면 사후세계의 비밀도 밝혀질까. 그 둘은 너무도 관련이 없어서 우주의 끝과 끝만큼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죽음 이후의 인간은 아무것도 없이 공평하게 자연으로 돌아간다. 죽음을 지난 사람의 몸은 시간의 섭리에 따라 빠르게 사라지고 풍화된다. 물리적으로 보면 죽음이란 인간의 생명활동이 멈추는 시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곁에 있던 누군가가 어느 한 순간부터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 그와의 추억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강렬한 감정의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떠난 사람을 붙잡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혹자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고통스러워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더 아프게 남은 시간을 보낸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그 상처의 누적은 끝내 ‘사후세계’로의 열망을 만들었다. 나와 당신이 죽더라도 단절되지 않는 세상. 그곳에서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누군가의 소망에 의해 만들어졌을 그 세계는 세월이 흐르고 많은 사람의 기대 속에서 정교한 모습을 갖춰 갔다. 단순히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부터 크고 웅장한 천상의 나라를 상상하는 사람까지. 공상과 바람(wish)과 종교는 그들이 원하는 사후의 모습을 그렸고, 많은 공감을 받은 것들은 글과 그림으로 남아 생명을 얻었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과 무속의 사후관이 모두 다르지만, 그것들은 하나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것, 더 나아가 지상에 두고 갈 수는 없는 것으로부터.

인간은 이별을 슬퍼한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고 앞으로 닥칠 단절에 공포로 몸서리친다. 어떤 죽음도 당연하지 않기에, 당신은 나와, 나는 당신과 이별 이후의 재회를 소망한다. 이런 바람은 과학이나 기술이 갈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죽음 이후의 삶을 믿고 그것을 맹신하지 않더라도 즐길 줄은 안다. 앞으로 당분간은, 어쩌면 영원히 죽음 이후의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지만,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아이러니 속에서 그런 소원이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과학이 증명한 사후세계가 있다면 어떨까. 우리의 영혼이, 사후의 몸이 가는 곳이 과학적으로 증명된다면. 그리고 그곳에 우리의 기술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시점이 온다면. 인간만 산다고 하기에는 너무 넓은 이 우주의 한 모서리에 죽음 이후의 세계가 숨어 있다면. 그곳을 처음 발견한 인류는 그토록 바라던 천국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까. 우리와 같은 모습의 존재가 살고 이 세상과 엇비슷한 공간이 펼쳐져 있다. 천국은 신비로워야만 한다고 믿던 사람들의 눈앞에 너무도 평범한 사후세계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곳이 ‘천국’이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을까.

 

태초에 천국이라 불린 행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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