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표현이 나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테고, 대부분이 공감하는 격언(?)일 것이다. 어느 직장이든 일정한 비율로 또라이가 꼭 존재하며, 만일 또라이가 존재하지 않는 직장일 경우엔 내가 그 또라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말. 지금 내가 있는 곳도 그렇다. ‘저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직접적으로 그 사람이랑은 같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랄까.
중소 IT기업에서 재직 중인 김대리는 나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김대리는 또라이에 해당되는 한팀장이 직속 상사라 매일매일 그와 부대껴야 한다. 무능함, 업무 떠넘기기, 과도한 간섭, 이유없는 지적, 근무 태만 등 다양한 이유로 한팀장은 김대리를 괴롭힌다. 본인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당하는 피해자는 그렇지 않은 법.
결국 지나친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얻은 김대리는 어느 날 한팀장이 180도로 달라진 이후부터 그를 미심쩍은 눈으로 지켜보기 시작한다. 나같았으면 다른 팀원들처럼 모범적인 상사로 바뀐 한팀장의 모습에 축배만 들 뿐, 왜 바뀌었는지 이유를 캐내려고 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래서 나랑은 다르게 김대리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주인공들은 그냥 지나칠 법한 일들도 들쑤셔보다가 사건에 휘말리는 법이니까. (사실 주인공이 되려면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다른 팀원들처럼 바뀐 한팀장의 태도에 적응할 무렵, 김대리는 한팀장과 관련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김대리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되고, savesun9라는 네티즌의 충고를 따라 무당을 찾아가게 되면서 사건은 더 재밌게 진행된다.
무당의 조언을 따르려 노력했던 김대리는 일이 꼬이면서 회사에서 잘릴 위기를 맞게 되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훌륭하게 역경을 헤쳐나간다. 과연 기지가 진짜 기지는 맞는지, 역경이 진짜 역경이 맞는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뭐, 직장인에게 닥친 해고라는 상황은 위기가 맞긴 맞겠네.
또라이로 소문난 회사에 복귀할 수는 없지만 연봉을 올려 이직에 성공한 김대리, 자신도 모르는 새 귀신에게 홀렸다가 퇴마당하는 데 성공한 한팀장, 그리고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본인의 주가를 올린 무당까지 모두 행복한 결말로 끝났으니 이게 바로 윈윈 전략이라고 하겠다. 결말에 자그마한 반전이 하나 숨어있는데, 그게 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더 높여주었다.
김대리가 왜 한팀장을 의심했는지, 왜 한팀장 대신 또라이로 소문이 났는지, 무당이 어떤 마케팅 전략을 썼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속설에 근거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