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살아나는 여자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귀성 (작가: 율우영,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2년 3월, 조회 116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은 최근 문학 장르 안의 페미니즘 리부트로 인해 많은 창작자의 관심을 받는 원형 이야기다. 소설가 하성란과 홍콩의 추리소설가 찬호께이, 프랑스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 등 소설가뿐 아니라 최근 국내외의 콘텐츠 기획가와 작가, 미디어들이 주목하는 이 동화는 역설적으로 여성 혐오의 극단인 ‘여성 살해’를 포함한다.

동화 「푸른 수염」에는 푸른 수염을 가진 미지의 사내와 그가 결혼하고자 하는 두 귀족 여성이 등장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푸른 수염은 자매 중 둘째와 결혼하게 되고 그의 아내는 벽장을 열어보지 말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푸른 수염의 아내는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금기를 깨고 벽장을 열고 만다. 그 안에는 푸른 수염이 죽인 그의 이전 아내들의 시체가 전시되어 있다. 끔찍하게 여성을 살해 후 시신을 보관하는 푸른 수염의 태도는 극악무도하다. 「푸른 수염」이 페미니즘 안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이유는 ‘여성이 죽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창작자가 적극적으로 「푸른 수염」 안에서 여성을 부활시키고자 시도하고 있다. 죽어야만 했던 푸른 수염의 수많은 아내들이 하나둘 부활하고 있다. ‘그녀들’은 되살아날 뿐 아니라 푸른 수염에게 복수를 꾀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이야기에서 죽었던 여성을 소생하는 작업. 사라졌던 여성을 복원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동화는 단연코  「푸른 수염」이다. 그 안에서는 너무 많은 목숨이 사라졌다. 한 남자의 손에 죽었던 여자들은 단지 그와 ‘결혼’했을 뿐이다. 결국 ‘아내’라고만 나오는, 이름 없는 한 여성이 오빠들의 도움을 받아 푸른 수염의 연쇄 살해를 막는다. 그녀는 푸른 수염의 진실을 깨닫고 찰나의 지혜로 죽어가는 여성의 대를 끊는다. 그녀의 지혜는 「푸른 수염」 안에서 여성을 복원하는 많은 작가의 영감이 되었다. 여성이 여성을 구하는 이야기. 지금 가장 뜨거운 이 동화의 각색에서 진짜 살아나야 하는 것은 ‘한 번 죽었던 여성’이다.

 

귀성길에 만난 푸른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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