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모에 부치는 작가님의 말씀에, 곱씹기보다 읽자마자 든 느낌을 원하시는 듯하여 조목조목 정리하여 쓰지는 않았습니다. 본래 재주는 없었으나, 보다 이야기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남기니 오신 분들도 편안하게 보고 가셨으면 합니다.
이야기는 모두 스무 편으로 구성되었으며, 화자가 청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구조는 화자인 방물장수의 대화가 전부이고, 그 안에 담긴 간접적인 이야기로 ‘야차전’이 진행됩니다.
사용하는 단어와 호흡, 흐름이 신선합니다. 살며 읽은 글이 적고 들은 이야기가 적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또한 서술부가 방물장수의 직접적인 발화인 때문인지, ‘야차전’의 인물보다 보다 생동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나름의 수수께끼를 던지고, 분위기를 쌓아가기 전까지는 오디오북의 형태로 구성되어도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목소리를 내어야 맛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한성부의 말씨보다는 각지의 억양이 있을 말씨여서 직접 소리내어 읽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이 서술부에 대해 걱정한 바가 컸습니다. 읽으며 피로가 쉬이 쌓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인데요. 예상과 달리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이유에 대해 곱씹지는 않으려 했으나, 문득 든 생각으로는 단어의 사용이나 문장 구성에 있어 중복을 최대한 피한 점이 유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낯선 단어의 사용이 계속되어야 하기에 효과 대비 품이 지나치게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이 후로는 스포일러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기에, 스포일러 설정을 하여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 시니, 창귀 등은 기본적으로 귀신이나 괴물 따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작품 태그에서 좀비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주인공 ‘다야’가 좀비이리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작품 대그를 떼어 놓고 본다면 결말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기에 이를 좀비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존하지 않는 좀비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습니다.
이야기에서 긴장을 유발하는 인물은 ‘허 의원’, ‘소전댁’, ‘사또’, ‘뿔쟁이’ 가 두드러집니다. 실상 아재와 아자미, 해농이는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다야’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인과보다는 인물의 순박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얘기한 긴장을 유발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다야’의 정체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허 의원은 맥을 짚어 다야가 산 사람이 아님을 직감하였고, 소전댁 또한 그렇습니다. 사또는 직접적인 장면은 보이지 않으나, 마지막에 불화살을 쏘는 장면에서 그가 얼마간 직감하고 있는 바가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뿔쟁이야 여러 장면으로 ‘다야’의 정체를 알고 있음이 분명하지요.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이야기가 이어지며 고조되었던 궁금증에 비해 밝혀진 바가 시원스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적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인데요. 방물장수의 이야기를 조용조용히 듣고 있었는데, 그래서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듣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 앞설 뿐입니다.
뿔쟁이와 그 형제들이 이야기하는 ‘어머니’는 누구이며, 이는 다야가 들어왔던 ‘목소리’와 얼마간의 관련이 있는 것인지? 또한 소전댁이 치른 굿은 과연 무슨 효과를 내었던 것인지? 마지막의 해적 무리에서 통제하는 쪽과 통제당하는 쪽은 어찌 나뉜 것인지?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궁금한 것이 조금씩 조금씩 쌓입니다. 그러나 넌지시 예상하는 외에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명쾌하게 알 수 있는 바가 적습니다.
다만, 방물장수의 입장으로 보자면 분명하게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왜곡할 가능성이 있겠으며 또한 좋은 물건을 팔려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알 것만 같으면서도 끝내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답을 얻을 수 없으니, 또 제가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이야기꾼이 되어 멋대로 지어내도 되리라는 괘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멋대로 답을 내어버려야지 싶기도 하고요. 다야는 어째 해적들과 다른 성정으로 지내게 되었을까요? 본래 그런 성정이어서 배를 내리게 되었을까요? 사실 이 모든 건 해농이네가 먹인 미음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뭍 사람들의 것을 먹이느라 다야는 참 많은 걸 토해냈지만, 실상 거기서 짠물과 검을 것을 많이 토해냈을지도 모르지요.
이야기를 마치고 먼저 떠오른 것은 방물장수는 누구이며 어쩌다 한성부에까지 흘러갔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마을 사람이었을지, 아니면 마을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전해들었을지 하는 것 따위였습니다. 홀로 생각하기로는 해농이나 방물장수가 되었으면 어떨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해농이와 마찬가지로 어린 도련님에게 세상 야차들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들려주는 것이지요. 어쩌면, 다야와 같은 사람들을 되돌리는 약이라도 가지고 다닐지 모르겠습니다.
두서 없이 말만 길어졌네요. 그런 만큼이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00매에 달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은 것은 부끄럽게도 꽤 오랜만의 일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는 호기심을 얻었다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