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시대배경이 과거인 것은 아니다. 문체가 옛스러운 것도 아니며, 유물이라던가 레트로 물품처럼 옛것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묘하게 고전적인 느낌을 풍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역시 다이아몬드라는 소재 때문이다.
한때 어떻게든 얻기 위해 인간들이 별의 별 짓을 다 하게 만들기도 했던 이 물건을 식료품에 섞어 반입한다는 이야기가 왠지 옛날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방법 자체는 여전히 마약 밀매 등을 묘사하는데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그리 묵은 것은 아니다만, 밀수라는 게 이미 제도화된 유통망이 있는 현대엔 뒤쳐진 곳에서나 행해질법한 일상적이지 않은 것이라서 괜히 그런 느낌을 내는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소설에 담긴 미스터리나 그 풀이방식이 다소 옛스럽기 때문이다. 소설 속 소설가인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의 필력에 대해 한탄하듯 내뱉는 것처럼 이 소설 역시 다소 우연이 겹치면서 생긴 일들을 그리고 있으며, 그것을 밝혀내는 과정 역시도 다소 망상적이다. 명확한 근거나 증거없이 늘어놓는 말들은, 말하자면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내놓은 것 정도라 딱히 그것이 진실이라 할만한 당위성 같은 것은 없다. 실제로 얼마나 그럴만한 가능성이 높으냐와는 상관없이 적당히 물오른 말빨로 듣는이를 사로잡고 추리스러운 맛을 느끼게 하는 것도 꽤나 고전적이라 할 만하다. 그래도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을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언급하면서 그것을 뇌리에 남겨두었다가, 그것들을 한데 모으며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도록 하는 것을 잘 해서 꽤나 볼만하다.
우연적인 일들만이 겹친 것같은 내용과는 달리, 소설적으로는 반대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재미있다. 그냥 안부차 건네는 것 같은 말들, 괜히 그런 기분이 들어 한 행동들이 그냥 버려지는 것 없이 소설 속 상황을 있게 한다는 점은 이 우연적인 이야기가 필연적인 것처럼도 보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