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지 궁금했는데 어디까지 밖에 안 써지네요. 아무쪼록 글쓰기 재활 느낌으로 쓴 글로 다소 부족해도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화 쑥 비엔나라떼는 장르를 정의하자면 일종의 판타지 팩션입니다. 그렇기에 몇 가지 관점에서 유희 지점이 발견됩니다. 장르적으로 따지자면, 판타지의 세계관 확장성, 팩션의 지적 충족감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위에서 짚어보면 이 소설은 게임적인 유희와 장르적인 즐거움으로 양분할 수 있습니다.
1. 유희
먼저, 첫 번째로 작가님 특유의 유쾌함이 뚝뚝 떨어지는 문체는 글을 읽는 데 재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문체의 특징적인 요소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의미심장합니다. 그 요소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복선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선의 대부분의 기능을 하는 초반 부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쉽사리 지나치기 어려운 단어인 지씰레븐을 볼까요? GX2X와 CX, 세X일레X의 합성인 듯한, 그리고 단순히 편의점처럼 보이는 이 단어는 작품의 도입부로써, 기이한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와 동시에, 추후 주지시키는 여신이 근무하는 편의점과 연관 지으며 작가님의 이전 작품을 상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찻주전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무척이나 연식 있고 고급스러운 외형에, 외지인에게는 진품이 아니라고 둘러대는 주인장이지만, 주인공을 통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복제품도 없는 작품과 비슷하다고 암시하며, 추후에는 진품임이 밝혀집니다.
옷에 이르러서, 누구에게나 잘 맞는 프리사이즈인 이 옷을 ‘자신의 후계자가 되면 얻을 수 있다’라는 농담조의 어투는, 결국 주인공이 후계자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복선이었습니다.
이렇게 도입부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후반부를 위하여 제시된 것이 상당합니다. 심지어 서브 플롯으로 끝날 것 같았던 스승님인 최씨 부인의 이야기조차 회수되어 거의 모든 요소가 기형적일 정도로 긴밀한 구조를 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형적일 정도로 치밀하기에, 이 소설은 유쾌한 문체와 함께 마치 게임처럼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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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추리 소설의 범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들은 흔히 추리 소설을 작가와 독자의 지적 유희라고 표현합니다. 작가는 범인과 트릭을 통하여 제시하되 몇 가지 추리 소설의 규칙들을 지키는 선에서 사건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독자는 작가가 제시한 힌트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꼭 범인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최종장에 이르러 주인공이 다 해결해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 소설의 매력은 독자와 작가의 지적 상호작용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게 재미있으니까요.
기형적인 것은 인위적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의도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추리 소설에서 트릭이 유효한 것은, 진실과 결부 되어있다는 전제가 힌트라는 인위적인 기형을 형성하기에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기형적일 정도로 치밀한 복선들은 이런 트릭의 기능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트릭이라는 장난감을 발견했고 이것을 어떻게 가지고 놀 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단편적인 요소들이 그대로 흘러가게 두어 완결된 그림을 감상할지, 혹은 그 그림 속에 숨어있는 요소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를 추적할지를 말이죠.
이것을 작가님은 딱딱한 말들이 아닌 유쾌한 농담 속에 교묘하게 숨겨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물범처럼 귀엽고 말랑말랑하며 무해해 보이는 소설 속에서 은밀하고 치밀한 복선을 추적해야합니다. 물론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하면 재미있으니까요.
2. 장르
이런 구조적 유희가 추리 장르가 아닌, 판타지와 팩션이라는 매개를 통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합니다. 여기서 판타지와 팩션의 장르적 전략과 즐거움을 주는 요소를 분석하고 그 연계를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작품입니다. 또한 팩션은 전략적으로 다소 낯선 요소를 낯익은 요소들과 뒤섞으면서 신선함과 동시에 친숙함을 줍니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요소는 독자에게 익숙함과 지적인 만족감을 주는 매개가 되고, 이 사실 속에서 상상력을 통한 신선한 사건을 통해 새로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 논조 판타지에서도 이어지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스코틀랜드 신화에서 나오는 셀키라는 존재와 약간의 크툴루 신화가 섞여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소설에서는 단지 다뤄지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두 신화의 결합과 상상력을 통해 물범 유니버스라는 신선한 세계관을 창조했으니까요. 이 지점에서 기존의 신화들은, 만약 판타지에 다소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함을, 그리고 상상력을 덧댄 물범 유니버스에서는 신선함을 느낄 터입니다. 특히 공포라는 지점을 강력하게 다룬 작품에서 공포라는 지점을 거세한 작품이라니요? 그러나 판타지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 두 신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반대로 작용합니다. 말을 하고 요술을 부리는 물범은, 우화적인 민담 설화 양식으로 익숙함을 제공하며, 새로운 신화 세계관에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어윈은 환상이란 사실에 반대되는 조건을 오히려 사실 그 자체로 변형시키는 서사적 결과물이라고 말합니다. 이 사실과 반대되는 것들을 현존시키는 기능은, 그 자체로 새로움의 맥락이 되며 팩션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팩션의 전략적 특징과 판타지와의 관계를 설명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판타지의 장르적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작품의 대표적인 테마는 토도로프의 변신 테마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도로프는 ‘나’의 테마군으로 분류했는데, 이 테마군의 특징은 모든 것에 의미가 존재한다는 범결정론과 물질 세계와 정신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토도로프는 정신에서 물질 세계로 이동이 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이 경계적인 이동을 만드는 것은 환생입니다. 화자의 정신은 1000년의 윤회 속에서 기억과 기억으로 이어지며 현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정신은 물질세계를 외유하며 지속적으로 쌍가적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환상은 우리가 보는 세계를 뒤집어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환상이 현실을 비틀더라도, 비틀린 부분이 명징하기에 현실과 대조됩니다. 이 지점에서 환상은 세계관의 확장성을 가집니다. 환상은 우리의 삶을 모방하고 비틀되, 비틀린 만큼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