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하면 많은 것이 생각난다. 호캉스, 수박, 계곡, 바다, 피서…
그리고 무서운 이야기도 단연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 중 상위권을 차지한다. 괴담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더위가 싹 가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는 매년 여름마다 괴담을 찾는다.
괴담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폐건물에 관련된 괴담을 즐겨 읽는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현상이 주는 짜릿함과 으스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A, B, C, D, E는 폐가 탐방에 나선다. A의 할아버지의 소유인 별장으로. 그 곳은 오랫동안 쓰지 않아 버려진 건물이라 폐건물, 폐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다들 가까운 곳으로 캠핑이나 다녀온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지만, 시작부터 무언가 심상찮다. D가 스치듯이 본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좁고 불빛 하나 없는 터널도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광판이 있고 적당히 전구도 달려있는 일반적인 터널과는 달리 칠흑 같은 어둠만 품고 있는 터널은 A, B, C, D, E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를 암시하는 것만 같다.
솔직히 나는 터널에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알았다. 터널에서 귀신을 보든, 일행끼리 싸우든 사건이 하나는 벌어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빠져나와 살짝 김이 샜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다시 일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다. 터널을 빠져나온 일행은 별장으로 가기 직전, 무당 하나와 할머니 하나를 만난다. 사람이 사는 흔적도 거의 없는 산 속에서 이 두 사람을 만난 게 과연 우연일까? 나는 전혀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는데, 등장인물들은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는 대범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무당은
“그 별장 가장 안 쪽은 열지 않는 게 좋을 거요.”
라던지
“넷씩이나 달고 왔구만……”
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조차 했는데 말이지. A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는데 자존심 때문에 그 느낌을 무시한다.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텐데 왜 쟤는 육감을 무시하느냐며 가슴을 좀 쳤지만, 사실 육감을 따르면 괴담이 진행이 안 되지.
이상한 할머니도 숲 길에서 만나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배가 된다. 차라리 이 때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으면 이상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다들 괴담의 주인공이 맞기는 맞는지 계획을 강행한다. 나 같으면 당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을 텐데.
결국 일행은 별장을 발견하고 나름 안심하지만, 여기서도 찜찜한 일이 벌어지기는 매한가지다. 뭔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스치듯이 지나간 무언가, 안쪽에 잔뜩 붙어있는 부적 등. 한 명 한 명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점점 일이 꼬여가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이야기의 초반부에 분위기 조성을 위한 장치와 복선을 착실하게 깔아두면서 분위기 고조까지 노린 작가의 의도가 잘 먹혀 흡인력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전개가 어떻게 될지 매우 흥미진진하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별장에서 캠핑을 마치고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