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체가 한 편의 은유입니다. 이 은유가 일종의 반전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의 묘미를 만들어내죠. 물론 이 이야기가 어떤 현실의 은유라는 사실을 짐작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반전의 무게도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소설집 『회색 인간』, 『13일의 김남우』 등에서 가벼운 반전을 담은 엽편들로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김동식 작가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이런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소재보다는 그 소재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의 참신함이 아닐까 싶어요. 이 작품만 해도 그렇죠. 소재 자체는 누구나 공감할 만큼 친숙하지만, 그걸 다시 하나의 은유로 직조하는 과정에서 동원된 참신함이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 주목하게 만듭니다.
다만 이 은유가 결말부에 너무 빈틈없이 설명되어 있어서 작품의 세계관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 오해나 오독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지 않은 창작자의 염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독자들은 보통 이만큼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솔직해지자면, 이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거든요. 설정의 아주 많은 부분이 직관적으로 예상 가능한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경우에 지나치게 많은 설명은 오히려 이야기의 참신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죠.
이야기는 현대인의 보편적 공감대 중 하나인 다이어트로 인한 내적 갈등을 민주국가의 정치제도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습니다. 도입부에 언급되는 D 법안의 통과는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결심한 한 인간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죠. D 법안은 대통령 서명 3일 뒤에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시행을 하루 앞두고 군부의 쿠데타로 좌절을 맞게 됩니다. 다이어트 직전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폭식해버린 주인공의 내면을 쿠데타로 묘사한 겁니다. 물론 현실의 주인공은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다이어트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겠지만, 결국 쿠데타 한 번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게 평범한 인간의 익숙한 한계이기도 하죠. 이야기는 그 점을 지적하며 막을 내립니다.
제 생각에는 같은 소재를 더 짧게 엽편으로 풀어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한적인 분량 안에서 동어반복을 최대한 쳐내고, 같은 이야기를 얼마나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으로 끊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죠. 사실 도입부의 간결한 문장을 통한 스토리 전개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힘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은 게 아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 점에서 「쿠데타」는 유의미한 습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