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아래와 같이 4컷 만화를 그려볼까 하다가… 포기
1. 하악, 맛있어어! (사료에 코박고 먹는)(별 생각이 없다)
2. 앗! 날 기만?한거였어! 부들부들
3. <옛다~ 휙~ > 꺄항! (던져준걸 따라 점프~)
4. (돌아와 꼬리 살랑)(다 까먹음)
어느 단순한 멍멍이 이야기다. 사료 말고 주인님이 ‘좋은 의도’로 비타민이고 약제고…영양제를 듬뿍 넣어 줬댄다. 잠깐 빈정상해 하나, 금방 잊고 그저 행복하다는 야그.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좋았다.
‘아이고, 저 답답한 남자. 커피를 사전적인 의미로만 아는구나.’
“안 미운데. 너무 예쁜데…….“
길을 걷는 사람은 나뿐이었지만 생명은 도처에 있었다.
뭔가 커피나 차향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것만 같으면서도 재미까지 있는 작품이라 느꼈다.
그런데 리뷰란 걸 하려고 보니 (분석에 대해 lv.1 수준밖에 안 되는 주제에) 조금 곱씹다보니 조금 아쉬움이 남아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커피산업, 탄소 발자국 등 뭔가 ‘교훈적인’ 요소다. 사실 무난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싶긴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그런 요소들을 써선 안된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정치적인 성향, 성적 지향성, 사회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은 비단 최근의 일인 것도 아니고, 일정 부분 ‘지성’에게 부과된 책임일 수도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약간 거슬리는 건 ‘의도성’ 이다. 사람의 삶에 묻어 있는 깨달음을 눈치 채는 것과 이건 이래. 그리고 그 다음은 이거. 라며 순서대로 교훈을 제시하는 건 제법 많이 다르지 않은가? 가르침 받는 기분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다. 좋은 스토리에 스며든 교훈 말고 그 교훈을 이야기하려고 스토리가 재구성된 듯한 느낌. 아… 커피산업이 이렇구나…탄소 줄이는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나도 녹차로 갈아타야 하나… 하며 순진히 따라가다가 작가님이 ‘사실은 난 커피를 좋아해요’ 라고 해서 배신감을 느껴서 이러는 건 아니다. 크험.
같은 맥락에서 이 작품은 작가님이 밝히신 것과 같이 테이스티 공모전 출품작으로 쓰인 작품이다.(어쩌면 그 사실이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도?) 그래서 그런걸까, 커피부터 시작해서 홍차, 녹차까지 망라해 이야기의 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이야기의 태생?에 대한 의심을 가지게 한다. 사실 홍차 부분은 들어낸다 해도 스토리의 흐름에 전혀 지장이 없지 않을까?랄지… (물론 ‘재미있는 작은 에피소드’로 넘어갈 여지는 충분)
뭐,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굳이 딴지를 걸자면 그렇지 아니한가 싶은 것이지 별 생각없이 보면 정말 괜춘한 작품이다.
뭐래? 이랬다 저랬다… 싶으실 것 같아 죄송하긴 한데, 사실 더 파고 깔만큼 본인이 수준이 안되는 지라…^^;;
변명하자면, 이거 소설이지 논문이 아니지 않는가? 재미있자고 쓴 소설을 판(파고 든)다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다. 다만 작가님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좋아하게 된(딱 3편 봤다. 앞으로 짬날 때 더 찾아보고 싶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의도된 설명들 보단 그냥… 저 차 ‘향’들처럼 그냥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 섞인 아쉬움을 토로해 보는 것이다.
덧붙여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우러나온, 대화 중 일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말해본다.
남주인 고책임, 지성이 말한다. 뭔가 내려놓은 남자의 말.
“왜 우리는 잠도 실컷 못자고 그걸 이기려고 카페인을 마시면서 그걸 삶의 여유라고 부를까요?”
그의 말에 바로-
“안 그럼 세상이 요구하는 이 많은 일을 다 해낼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 비밀을 감추려고 화려한 향이나 감동적인 이야기로 진실을 덮어버리죠” 라고 여주 슬미가 답한다.
정말 그럴듯한, 미사여구의 답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누군가가 질문을 할 때, 때론 그 답을 듣고자 묻는 게 아닐 때가 더 많다는 걸. 나이를 좀 먹고 나서야 알게 됐다.
차를 우릴 때 한 마디 말도 없었던 것처럼,
앞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으로 이야기하며 입은 닫고 있었다면,
말이 없어도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충분했다고 느끼도록 묘사됐다면 어땠을까 싶었던… 에이그 저랬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며 혀를 차는, 드라마를 보다가 등장인물이나 장면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아줌마, 아저씨 같은 마음이랄까 ㅋ)
끝으로, 나는 이 작가님의 갑툭 개그감 때문에 곤란했던 사연?을 전하며 마무리 해보고자 한다.
양말 빤 물 같은데, 엄만 좀 별로다.
풋 터졌었다… 회사서 일하다 짬날 때 믹스커피 한잔하며 슬쩍 브릿지의 작품들을 읽는 나. 입안에 있던 거 뿜을 뻔.
비싼 루왁이란 사실을 알고 난 엄마의 빠른 태세전환이 우스우면서도 인간미에 공감하고,
갑질의 틈바구니 속 직장생활의 애환이랄지 진상 상사와의 에피소드에 같이 흥분하고,
남주에게 오기로 인정받고 싶어했던 여주가 사건사고와 얽혀 썸타다 연인이 되버리는 장면들이 공식같지만 풋풋했다.
어쩌면 소소하고 낯설지 않은 그 흔함을 유연히 풀어나가는 솜씨에, 차보다는 인간적인 냄새가 있어서 개인적으론 참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