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를 마시는 기분으로 음미하듯 재밌게 읽게 되는 글이었다. 작가의 작품 목록에 드문드문 붙은 ‘브릿G계약’이나 ‘추천’ 같은 태그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 그 속의 낯선 단어들을 주으며 허둥지둥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와중에도 여정이 무척 즐거웠다. 정혜가 린 메이링에게 묻던 말처럼, 나도 소설을 읽을 때면 ‘그래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뭐지?’ 하는 의문을 품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읽기를 마치는 경향이 좀 있는데, 이 작품은 그 대답을 한두 문장으로 언어화하기보다는 샤오리의 삶과 정혜와 슈에화가 함께 보낸 시간 자체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야기의 모든 지점이 좋았지만 굳이 하나를 꼬집자면, 혹여 슈에화의 어떤 행동이 나중에야 밝혀지는 내막과 달리 아주 개인적인 목적에 기인한 거였다고 해도, 이미 존재했던 많은 이야기에서처럼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여자와 여자의 비극으로 남지 않는 이야기로서 특별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샤오리는 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입 안으로 머금은 차 한 잔으로 기억하게 된다. 만일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순간 뭘 하며 보낼지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향이 좋은 맥주를 딱 한 잔 마셔야지 하고 최근 다짐한 기억이 있는데 정성들여 우린 홍차를 마시며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 홍차, 그리고 내 마음을 데워주는 하는 사람(과 고양이).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모여있는 이런 재밌는 글을 읽을 때면 오늘처럼 아무 날이 아닌 목요일에도 매일이 ‘늘 오늘만 같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나는 <마지막 홍차>로 정혜를 처음 만났는데 조만간 ‘정혜 시리즈’도 한 데 모여 브릿G 바깥(?) 독자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