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당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소설가의 소설가의 소설가의 (작가: 문그린, 작품정보)
리뷰어: 새벽마라, 20년 10월, 조회 39

제 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2020년 1월 15일에 군대에서 전역한 휴학생입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2011년이니 슬슬 직가라는 직업을 지망한지도 10년이 되어가네요. 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브릿G 공모전 출품작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샌 시점이라 머리도 손가락도 잘 따라주지 않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적당한 서두가 없군요.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우선 감사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작품의 내용은 분명 비극입니다. 주인공은 축복받은 사람이었죠. 자신을 이해해 주는 배우자와, 자신을 지지해 주는 친구, 그리고 직업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니까요. 소설의 전개는 주인공을 천천히 의심의 구렁에 빠뜨립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나를 죽이려 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혹시 내 친구가?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배우자와 이혼합니다. 이혼 소송 중이라고 하니 직업적 성공으로 축적한 부도 반토막이 나겠네요.

만약 이 소설이 다른 직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이었다면 저는 그 비극에 공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마지막 말미에 그런 구절까지 적어놓으시면 저는 대답할 수 밖에 없네요.

네, 이혼했죠.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저는 1월 15일에 전역한 이후 지금까지의 저를 거의 뒤로하다시피 하고 살았습니다. 시기 적절하게 터져 준 코로나 덕분에 외출할 일은 더욱 없어졌고, 원래 책 먹고 글 쓰던 종자가 책을 멀리하니 자연스레 게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며칠 전 제가 지난 시간동안 그 게임에 몇 시간을 투자했는지 되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5일이라니요. 제가 그 게임만 한 것도 아닌데 순수 플레이 타임이 15일이라니요. 미쳤었죠. 솔직히 게임을 하면서, 같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책과철 해 놓은 A5 용지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접나?

이렇게 접나?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10년이니까요. 무엇 하나 당당히 내세워 볼 것 없는 제 인생에서 그나마 한 마디 할 수 있는 건 제가 뭐라 썼는지도 모를 글줄 몇자였으니까요. 마치 매인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일들, 써 온 글들이 저고 그걸 떠나면 레포트 좀 쓸 줄 아는 일개 대학생 한 명이 남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몸부림쳤던 것 같습니다. 시기적절하게 이 사이트에서 공모전이 열려주었지요. 제가 아는 것, 제가 느낀 것을 어떻게든 끌어내서 어떻게든 써 보려고 아등바등하며 밤을 샜습니다. 앞선 당선작들을 훑어보고, 심사위원들의 평론을 읽으며 제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되뇌는 과정은 제법 묵직하지만 기분 좋은 시간이더군요.

그 밤의 마침표가 이 소설이라는 건 감사할 일입니다.

소설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저는 이전에도 몇 번인가 글을 놓을 뻔 한 적이 있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입시 공부를 위해 한 학기 동안 절필했습니다. 그 학기가 지나고 저는 울면서 말했죠. 더 이상 글을 쓰면서 희열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혼이 어쨌다는 겁니까. 소송이 어쨌다는 겁니까. 우울증이 어쨌다는 겁니까. 건강이 어쨌다는 겁니까. 소설은 작가를 괴롭게 합니다. 한 문장을 고쳐 쓰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 봤고, 2시간 동안 백지를 노려보면서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쓰다 보면 대체 내가 뭘 쓰려고 이러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고, 쓰다 그만둔 소설에 관해서 말하자면 비유가 아니라 박스로 채워도 2박스가 나옵니다. 객관적으로 말할게요. 고행입니다. 고행이란 말입니다. 뮤즈의 멱살을 잡고 뺨을 치고 싶을 정도로 고역스러운 게 소설이라는 걸 짜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그걸 쓸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어떻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정신차려 보니 지저분한 글이 됐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종이에 쓰고 그 내용을 컴퓨터에 옮기는 방식을 선호해서 그런지 자판에서부터 직접 제 생각을 풀어내는 글은 익숙하지 않거든요.

작가님께서 무려 작년 2월 이후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 사이트에 소설을 올리지 않으시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부디 서점에서 작가님의 성함을 뵐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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