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공포증 」을 읽으면서 1954년 출간된 고전 [ 파리대왕]이 떠올랐습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줄거리만 검색해도 어리고 순수한 영혼일 거라고 믿는, 또는 믿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본성과 잠재성에 대해 잔인한 충격을 주는 소설이라는 평이 따라옵니다.
마치 그것처럼 단순히 아이들의 장난이다라고 관용을 베풀기엔 아이들의 내재된 본성 속에 잔인함과 악의 근원이 씨앗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서 배운 것일까요? 아님 아이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본성의 한 면일까요?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어쩌면 과거의 그런 시절을 돌이켜보며 어른으로 성장한 지금 적절한 자의식과 초자아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내가 저질렀거나 방관한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반성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근본 가치를 더 깊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잘못한 일이 전혀 없는 어른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사람 자체가 상황에 따라, 때론 자신이 직면한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항상 떠오르는 화두일 것입니다.
이 글에서 그나마 아이들이 저지르는 악행이 자본사회에서의 이득을 위해서라기보다 순수(?)한 재미를 위해서인 점이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을까요?
피해자가 얼마나 한이 깊으면 죽어서도 세상을 공격하는 포자를 만드나 하는 연민과 공감을 느끼고 글 속에서 한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시골 어디에서나 일어날 법한 소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재밌는 상상과 엮어 전개해나가는 작가님의 솜씨에 계속 감탄합니다.
토속적인 냄새를 풍기면서 인류 보편적인 주제를 담아내시는 것이 공감도 잘되고 재미도 더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모토 아래 이런 류의 우리나라 소설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읽히고 언젠가는 노벨상도 받기를 하는 바람입니다.
언젠가가 이왕이면 제가 살아있는 동안 이뤄지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