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괴담은 언제나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공모(감상) 공모채택

대상작품: 우리 학교 방과 후 이용 수칙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이사금, 20년 9월, 조회 105

흔히 인터넷에서 나폴리탄 괴담 혹은 매뉴얼/규칙 괴담이라고 알려져 있는 괴담들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이런 괴담의 형식이 유행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종류를 여러 번 본 것 같고, 대개 외국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한국에서 번역되어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접했던 것 같습니다.

종종 브릿G에서도 이와 비슷한 규칙 괴담들을 여러 편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규칙 괴담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면 일반적인 괴담은 사람을 해코지하는 귀신/유령/악마/외계인/살인마가 등장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반해 이런 규칙 괴담에서 사람에게 공포를 주는 존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인 괴담에서 공포를 안겨주는 존재가 미궁에 있을 경우 어떤 경우는 지루함이나 아리송한 답답함만을 안겨주게 되는데 이것은 일반적인 괴담이 이야기의 진행과 서사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인 반면, 규칙 괴담은 진행이나 서사에 크게 구애되지 않기 때문에 작용하는 차이점 같아요.

다만 두려운 점은 그 규칙을 어기지 말라는 강렬한 경고문구로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될지는 사람들 나름 최악의 상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우리 학교 방과 후 이용 수칙’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규칙이 등장하지만 그 규칙을 어길 경우 어떻게 될지 확실한 대답은 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열거된 규칙들은 반드시 지킬 수 있다기보단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혹은 어쩌다 한번 베푸는 친절에도 걸릴 수 있는 교묘한 규정이 많아 소설을 몰입하다 읽게 되면 내가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라 가정했을 때 이미 그 규칙을 어겼을 수도 있다는 상상이 되기 때문에 한결 더 으스스함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우리 학교 방과 후 이용수칙’은 다른 특이한 곳도 아닌 학교라는 일상에서 근접한 곳이기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또 어떤 규칙 괴담들은 학창 시절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학교괴담에서 모티브를 따왔을 것 같단 느낌도 드는데 다만 어린 시절 들었던 미스터리보다 더 으스스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것이 소설 속에서 확실한 규정으로 정해져 있어 더 강하게 뇌리에 박히게 되는 걸지도요.

재미있는 점은 학교의 규칙 중 몇 가지는 실은 괴담이 아니라 특수한 사정을 갖춘 사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학교 학생이 아니면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이나 운동장의 할머니 같은 경우는 괴담 같으면서도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 학교 차원에서 배려한 것은 아닐까 하는 좀 나간 생각도 해 볼 수 있었어요.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정체 모를 어른은 허가받지 않고 들어온 인간이라 생각하면 좀 나아지는 부분은 있어요. 특정 프로그램 제출과 관련된 계좌는 사기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충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현실적인 느낌이 듭니다만…

하지만 학교가 닫히고 늘어난 시간 동안 보았다는 알 수 없는 것과 가위의 관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다거나 특히 가장 수상쩍은 부분은 수영장 관련 규칙이라 할 수 있겠네요. 더불어 작가님의 코멘트까지 규칙 괴담을 완성하는 게 독특한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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