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에서 글을 읽을 때면 커다란 모니터를 보며 글을 읽고는 했지만 요즘은 시간나는 틈틈히 스마트 폰을 이용해 글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호흡이 긴 문장 보다는 짧은 문장의 글이 더 눈에 들어온다. 파란약님의 ‘거울문자’ 역시 장편의 글이지만 한 회의 글이 짤막하게 이어지다 보니 긴 호흡의 글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카메라로 찰칵찰칵 하는 셔터소리가 들릴만큼 짧은 문장의 구조로 이야기가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의 이름 때문인지 자꾸만 그의 이름을 가운데 글자를 빼 버린 상태로 그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오래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생존 수단. 동일한 종과의 상호작용이 불러오는 순수한 쾌락. 누군가 내 얼굴을 바라봐주는 기쁨,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설렘,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 주는 즐거움, 나 이외의 존재와 함께하는 온기를 그녀는 지금 처음 알았다. 최서후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아팠다. 손 끝에서부터 작은 폭발이 일어나 점차 온몸으로 퍼져 자신을 터뜨려 버릴 것 같았다. ‘심장살인마’는 고통스러웠다. 지금은 그 온기가 너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금세 깨달을 것이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 감정이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감정을 조금씩 스스로 원하게 될 것을. 마지막에는 끊임없이 갈망하게 될 갈증이 되리라는 것을··· – 2회 젓사랑 중에서
범인을 추측하기도 전에 그는 자신을 드러낸다. 또다른 인물이 마치 거울처럼 그의 갈망을 읽어 낸다.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 기괴하고도 묘한 살인마가 아니라 사연 있는 살인마의 곡조는 계속된다. 짤막짤막하게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이야기의 섬세함은 없지만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독특하게 느껴진다.
“죽음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찬양하는 것. ‘심장살인마’의 살인과 이 사진 속 애도는 같은 인간이 같은 감정과 의도를 가지고 벌인 일이에요.” – 11화 해바라기 중에서…
밑줄치는 글귀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주제와 문장들이 콕콕 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보여지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지지만 분명 아쉬움도 남아있다. 이야기의 긴장감이 부각되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이미 상황적인 유추가 가능하다 보니 더 깊은 이야기를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는 더 깊은 맛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다 보니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다음에는 인물의 이름이 아닌 이야기 속에서 유추되는 깊고 깊은 맛의 이야기를 파란약님의 손끝에서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