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내용을 스포일하는 것 처럼 보이는 직설적인 제목과 달리, 차원의소녀 작가님의 단편 <게이인 너를 사랑했다> 는 이리 저리 구겨지고 어지러워요.
몇 몇 부분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시간순이 아니고, 장소도 널뛰기를 하는데다 갑작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해요.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하는 듯, 문장들은 완결되지 않거나 이어지는 두 개의 문장이 서로 다른 내용을 말하기도 해요. 하나의 문장 안에 하나로 묶여지지 않는 마음을 욱여 넣어 의도적으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가 의심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혼란에 빠졌던 이유는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잘못된 선입관을 가졌던 탓이 가장 커요. <게이인 너를 사랑했다> 라는 제목을 봤을 때, 저는 이성애자인 화자가 게이인 친구를 사랑하게 되어 본인의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스토리일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건 ‘어떤 내용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예상 답안도 아니었고, 아무런 이유도 과정도 없이,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니 제 머리 속에서 화자는 당연히 남성이었지요.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화자가 여성임을 깨달았을 때, 제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짐작이 되나요? 어느 순간부터 키스하고 싶던 친구로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고백을 들었던 화자 보다 어쩌면 제가 더 당황했을지도 몰라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정도로 당연하게 여겼던 일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갑작스러운 마음이란 얼마나 혼란스럽고 부끄러운지요.
이 소설 속의 <나>도 그랬을 거예요. 친구와 손을 잡고, 안고, 타들어 가는 입술로 키스하고 싶던 <나>의 마음속에는, 친구가 이성애자라는 가정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만큼 당연했을 거예요. 친구 사이에 고백을 해도 될까, 괜히 어색해지기만 하는 것 아닐까, 같은 걱정이나 했겠죠. 그런데 게이라니요. 갑작스럽고, 혼란스럽고, 한동안 멍하게 지내죠.
이 소설에는 갑작스러운 상실이 몇 차례 등장해요. 마음에 두었던 친구의 커밍아웃, 한 번은 거짓말이었던 할머니의 죽음, 상의 한 번 없던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아빠의 자살 등이 그래요. 갑작스러운 상실은 당연히 (또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버렸네요) 깊고 아픈 상처를 남겨요.
하지만 구름은 흘러 모양이 바뀌고, 언제나 새로운 계절이 찾아 오죠.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하고 <우리>가 절친임을 확인 받아요. 앞으로 <나>는 잔잔히 밀려오는 슬픔을 신맛 나는 시에 담아낼 거예요. 우리 서로를 응원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