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진 사람을 먼저 데려 가거든요. 그래서 노인이 남았네요.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오르골 (작가: 아소톺, 작품정보)
리뷰어: 이야기악마, 20년 7월, 조회 81

극한의 상황에서 누군가 나를 위해 희생했다면, 똑같은 상황이 다시 직면했을 때 이번에는 내가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나는 또다시 상대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먼저 희생했던 사람들이 빨리 죽는 이유는 이 때문이며, 세상에 시시한 소시민들이 남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희생은 의미 없는 것일까요?

타인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인간들은 안타깝게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타인의 희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희생자에 대한 <죄의식>과 자기 자신에 대한 <경멸>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당시의 상황을 수없이 되새기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무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작품 <오르골>의 노인은 그 힘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르골을 무한하게 돌리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일부를 과거에 두고 온 소년입니다.

<오르골>은 소녀에게 준 소년의 선물이지만 결국 소년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그 안에는 소년에 대한 소녀의 희생이 들어 있으며 전쟁에도 무너지지 않은 인간성이 들어있습니다. <오르골>은 단순히 골동품이 아니라 극한의 순간에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인간성> 그 자체입니다. 노인이 <오르골>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자신의 죄에 대한 고해이기도 하는 동시에 <소녀>가 가졌던 <인간성>을 전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노인은 이 세상에 남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소녀>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인은 자신보다 더 도덕적인 소녀 대신에 살아 남았다는 죄의식과 그리고 자신의 삶은 <소녀>의 것이라는 부채의식으로 지금까지 살아 왔습니다. 이제 죽음이 다가 왔을 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소녀>의 삶과 그 가치를 다른 이에게 전달했습니다. 그 고해와 전달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죄의식과 부채의식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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