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담에서 여자는 몹시 무겁습니다. 공모(감상)

대상작품: 제주 민담 단편선. (작가: 논바논바, 작품정보)
리뷰어: 이야기악마, 20년 7월, 조회 47

제주는 요즘에야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삼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한 섬이었습니다. 대게 농사, 목축, 어업이 전부였죠. 농사는 쌀 농사가 안 되니 수확량이 그다지 많지 않고 키우는 것은 성질 더럽고 다리 짧은 조랑말에, 툭하면 사람 죽어 돌아오지 않는 바다가 목숨줄이었습니다.

이 섬 안에서 수백 년 간 남자들은 항상 꿈을 꾸고 큰 일을 벌이려 했지만 거의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관군에게 죽거나 운명, 혹은 관군을 두려워한 부모의 손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아기장수 전설로 남았죠. 그래도 남겨진 여인들이 묵묵히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덕분에 <남편 없이도 자식 잘 키우는 어머니가 제주의 여성상>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꿈이 커서 실패하는 부계보다는 근면한 모계가 우대 받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배웠던 제주 속담 중에 <딸이 낳은 자식에게는 팥죽을 주고 아들이 낳은 자식에게는 콩죽을 준다> 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팥죽이 더 맛있으니 딸의 자식을 더 챙긴다는 말입니다. 물론 영양은 콩죽이 좋으니 아들의 자식이 더 잘 크는 부작용을 낳기는 했습니다만…

여튼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제주 신화 속에서 제주의 지형을 손으로 조물락거리는 거인은 설문대 할망(할머니)이고 제주 무당들이 자신이 모시는 신이 어디서 왔는지 설명하는 본풀이에서도 최애캐는 여캐(물론 전국 공통 바리공주)였습니다. 도깨비를 혼내주는 여자 장수의 민담, 부패한 관리를 놀리는 기생의 이야기, 하늘과 땅을 오고 가는 남장 여자의 모험이 숨어 있는 곳이 제주의 이야기 세계입니다. 제주 민담에서 그녀들의 존재감은 몹시 무겁습니다. 어쩌면 제주 민담이 요즘의 경향에 잘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금광인지도 모르죠.

 

그런 <제주 민담>에 대한 변주가 기대되는 작품, 그리고 툭툭 찌르는 농담이 들어있는 <제주 민담 단편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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