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난데의 주인과 나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미르난데의 아이들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견월, 20년 4월, 조회 147

‘미르난데의 아이들’이 편집부 추천에 올랐을 때만 해도 가상현실 RPG에서 모험하는 아이들 이야기라는 소개를 보고는 별 관심 없이 넘겼습니다. 요즘 흔한 주제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자유게시판에 이 소설의 작가인 조나단님이 완결 소회를 올리신 것을 보고 읽어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조나단님의 독특한 탐정 느와르인 창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삼십여 편의 소설을 완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같은 주제라도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차 하나 하나마다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전개되고 또 그 에피소드들이 작가님이 미리 구성해 놓은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제는 2부에서 우리의 주인공 한나의 활약을 빨리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다리게됐습니다. 하지만 2부도 완결된 뒤에 볼랍니다. 기다리는 걸 싫어해서요. :-)

사실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 자유게시판에 올리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지게 될 것 같아서 리뷰로 올리게 됐습니다. 지금부터는 미르난데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제 작금의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질 것이라서요.

위에도 말한 것처럼 조나단님은 엄청 거대한 것은 아니라도 미르난데라는 세계와 그 바깥의 현실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탄탄한 설계도를 그려 놓으신 것 같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일을 겪게 되고 그 일이 다른 일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이런 것 말이죠. 그렇게 해서 작가님은 미르난데의 온전한 주인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연재하고 있는 (나름)SF 소설에서 하고싶었던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처음 연재를 구상할 때의 포부와는 달리 많은 사건과 인물들의 원인과 결과, 연결 고리들을 치밀하게 설계하는 작업이 너무 힘들고 지겨워서 결국은 대충의 큰 그림만 그려 놓고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 이런 식으로도 좋은 작품을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고 스스로 위안하면서요.

그렇게 연재를 시작하니 글을 쓴다는 즐거움은 있지만 자꾸 무언가 엇나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회차 한 편 한 편을 좀 더 꽉 들어찬 모양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고, 그러면 주인공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겠고, 이런 식으로 저 스스로도 줄거리를 따라가면서 쓰다 보니 제가 봐도 늘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딱히 뺄 만한 부분도 없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 리뷰(?)글의 제목이 바로 ‘미르난데의 주인과 나’가 된 것입니다. 조나단님은 미르난데의 진정한 주인이 되신 것 같고, 저는 지금 연재중인 제 소설에서 그렇지 못 한 것 같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부럽다는 뜻입니다. 마냥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지만요.

오늘 이 소설을 정주행 완료하고 나서 잠시 지금 하고 있는 연재를 중단할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습니다. 애초에 내가 쓰고 싶었던 형태에 가까운 소설을 읽고 나니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너무나 극명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죠. 나름은 그래, 조바심 내지 말고 즐기면서 쓰자, 라고 생각하지만 혼자 즐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즐길 수 있으려면 발전이 필수겠죠.

하지만 시작한 일이니 일단은 끌고 나가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배우는 것도 많이 생길 수 있고, 또, 당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나서요. :-(

이상한 리뷰가 되고 있습니다만, 다시 ‘미르난데’로 돌아가서, 처음 말씀드린 대로 이 작품은 제게는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소설 자체의 형태로서나 제 취향 저격인 점도 그렇고요. 하지만 몇 가지 사족 추가.

한나가 미르난데에 진입할 때에 ‘나’라는 일인칭 시점일 때와 ‘한나’라는 삼인칭 시점일 때가 있더군요. 저는 처음에는 현실 세계를 삼인칭, 미르난데의 가상 세계를 일인칭으로 기술하려는 작가님의 의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르난데에서도 섞여 있어서, 실수는 아닐 것 같고, 아마 좀 더 세분화된 의도가 있으신 듯.

이 소설의 장점이 축약된 스토리와 빠른 전개이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많은 에피소드를 넣고 인물들의 감정 변화와 성장을 좀 더 여유있게 다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훨씬 큰 대작이 돼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은 재미있는 장편을 짧게 소개하는 글처럼 압축되어 있어서요. 하지만 그게 이 작품의 장점이기도 한 듯. 짧은 분량에서 주인공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이정도로 잘 전달하신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한나의 슬픔과 분노 장면에서는 정말 저도 울 뻔했으니까요.

조나단 작가님의 건필을 빕니다! 2부 빨리 내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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