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빵집에서 찾은 우연한 위로의 맛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모퉁이 빵집 (작가: 제로위크, 작품정보)
리뷰어: 장발장, 17년 4월, 조회 116

가끔, 이유를 알 수 없이 자잘한 분노에 시달릴 때가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불의에 조리돌림 당하는 것 같을 때, 괜히 사소한 정의에 목매달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뭐 살다 보면 그런 날들도 있는 법이다.

여기 <모퉁이 빵집> 속 주인공도 그랬던 걸까. 이날따라 여기저기서 안 좋은 말들을 잔뜩 들었더니 커피가 너무 먹고 싶은데 하필 낯선 동네라 변변한 카페 하나 눈에 띄지도 않는다. 겨우 찾아 들어간 빵집의 주인은 무뚝뚝하고 쌀쌀맞기 그지 없는데다 여기는 빵집이라 음료는 없단다.

빵집이라 빵만 판다니, 충분히 납득할 법한데도 주인공은 이미 잔뜩 지쳐 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오늘 하루동안 되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불안하고, 건드리면 뭐라도 터져나올 것처럼 있는 힘껏 웅크린 모습이다. 간절하게 커피를 찾는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다.

그래도 소위 츤데레 같은 주인 덕에 크루아상 두 개를 주문한 값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얻어마시기로 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데, 웬 낯선 노인이 자리에 서서 빵을 먹고 가게를 떠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만다. 그리고 이때부터 주인공의 사소한 정의심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노인에 대해, 무심하기 그지없는 빵집 주인에 대해, 어쩌면 그날 만난 우연한 모든 것들에 대해.

이상하게 불운이 겹치는 날들이 있다. 여기 주인공처럼 오래 공들인 일에 뜻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빵집 주인이란 사람은 여간 이상해 보이는 게 아니고, 눈치보느라 빵은 괜히 두 개씩이나 시켜버린 것 같고. 적시적소에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애먼 데다 마구 쏟아놓은 것만 같다. 왜 알아봐주지 못하는지, 왜 그렇게 상처주는 말만 하는지, 왜 나와 같이 동등하게 분노하지 않는지 등등.

이렇게 말하면 좀 고루한 이야기려나. 그래도 삶의 중심을 내게서 잠시 떨어뜨려 볼 때, 그 작은 여유를 스스로 마련할 때, 비로소 해방되는 지점이 있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다시 한 번 생각을 다잡았다. 일진이 안 좋았다고해서 꼭 불운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나. 살다 보면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겹치는 불운 속에서도 낯선 이 빵집에서의 우연한 위로가 빛난다면, 그 작은 틈이라도 하나 있다면 조금은 다시 안도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사 새옹지마, 이런 일도 있으면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니까.

이 짧은 이야기에서 작은 지혜와 위안을 느꼈고, 덕분에 나도 주인공처럼 묵은 하루를 잘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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