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유영하는 환상특급>에서 만난 나-39번 승객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우주 저편에서 개들이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OZK, 20년 1월, 조회 26

“실례지만 창가 쪽은 제 자리인데요.”

손에 들고 있는 차표와 창문 위에 붙여진 좌석표의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창가 쪽이 분명 가-39였고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 그 자리가 차표에 적혀있는 내 자리였다. 그는 휴식을 방해받아 불만스러웠는지 이맛살을 찡그리더니 옆으로 비켜 앉았다.

자리에 앉아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정각에 열차가 출발했다. <우주를 유영하는 환상특급열차>는 ‘스릉’하는 소리와 함께 레일 위에서 사뿐히 부상했다. VR 헤드셋을 쓰고 눈앞에 펼쳐질 우주전쟁 모험을 기대하던 내 팔을 누군가 툭툭 건드렸다. 옆자리의 승객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된다는 듯 은밀하게 속삭였다.

“내가 우주전쟁보다 더 재밌는 채널을 알려줄게요.”

그는 내가 헤드셋에 입력하는 우주전쟁 키워드를 훔쳐본 게 분명했다.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헤드셋에 연결된 선을 내 헤드셋에 꽂았다.

“이렇게 연결하면 내가 보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어요. 아직 등록 안된 시험판인데 원래 이런 게 더 재밌는 법이거든요.”

그는 망설이는 내게 눈짓을 하더니 제가 먼저 헤드셋을 쓰고 좌석에 몸을 기댔다. 연결 코드를 빼버릴까 생각했는데 한 번쯤 어떠랴 싶은 호기심이 들었다. 헤드셋을 쓰자 익숙한 로고와 주의사항이 나타났다. 시험판이더라도 일단 안심이 됐다. 주의 사항에 따라 안전벨트를 다시 확인하고 좌석에 몸을 기댔다. 레일을 벗어난 자기부상열차가 위로 솟아오르자 화면이 밝아지며 타이틀이 떠올랐다.

 

『우주 저편에서 개들이』

요시엔과 카쉬엥카는……

 

화면은 숨 가쁘게 흘러갔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시험판이라 그런가 장면전환이나 대사가 어색해. 배우들 연기도 들쑥날쑥이고. 신인들인가?’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을 외계종, 외계인으로 설정한 것은 참신했는데 난데없이 무당이 등장하자 저세상 전개가 되는구나 싶었다.

‘뭐야? 이상해.’

돈에 눈이 먼 유정이 카쉬엥카들을 데리고 등장하는 순간 그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무당 설정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 할머니의 신들린 무당굿에 혼비백산하는 외계인들이라니. 그 순간 하늘 높이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희열이 느껴졌다.

화면은 점점 마무리 단계로 넘어갔다. 마지막 새로운 외계종의 등장과 함께 2편을 기대하게 하는 설정도 나쁘지 않았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헤드셋을 벗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옆자리의 승객이 눈을 반짝였다.

“내 말이 맞죠? 재밌지 않나요?”

과도한 눈빛 공격에 흠칫 위축됐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네, 뭐. 나쁘지 않네요. 근데 다음엔 돈을 더 주더라도 연기가 되는 배우들을 쓰면 좋겠네요. 너무 발연기라 오글거려서 혼났네. 시나리오도 손 좀 봐야겠던데요. 대사도 허술하고 장면 연결이 뜬금없어서 얘기가 겉도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뭐 전반적으로 특이하고 재밌었어요. 잘 봤어요.”

옆자리의 승객은 마치 자신이 이 극을 만들기라도 한 듯 얼굴이 일그러졌다.

“잘 보긴 뭘 잘 봐! 말하는 걸 보니 대충 봤는데. 당신 같은 사람한테 보여주는 게 아니었어!”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은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의 지퍼가 내려가더니 봉긋하게 솟아있던 그의 가슴에서 고양이 머리가 튀어나왔다.

“꺼져!”

고양이는 새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더니 초록빛 광선을 쏘아 순간 눈을 멀게 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좌석에 널브러진 사이 옆자리의 승객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안간힘을 다해 그가 떠나는 곳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요! 그래서 다음편은 언제 나오는지는 알려주고 가야죠!”

 


 

작가님의 브릿지 첫 글을 환영합니다!

흥미로운 설정과 풀려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예상을 뒤엎어 혼란스러웠지만 작가님의 스타일이라고 이해했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소설의 첫 시작부터 난데없이 이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어 엉뜽한 리뷰를 남기게 되었는데 실례가 되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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