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쑤기미]와 미래

대상작품: <맛을 찾아서> 외 3개 작품
큐레이터: cedrus, 5시간 전,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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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소일장에서 네드 보먼의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를 소개했어요. 기후 변화가 온 지구를 휩쓸고 있는 미래,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종의 생존이 자본에 달려 있어요. 돈만 충분히 있으면 생태계를 파괴하든 말든, 멸종위기종을 멸종시키든 말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세상이 되어버렸거든요. 신랄하고 오싹한 이 책과 함께 읽기 좋은 브릿G의 단편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새미 작가님의 <맛을 찾아서>입니다. 롯X리아 팥빙수가 매진된 날, ‘나’는 맛있는 빙수를 찾아 무더위 속을 헤매고 다녀요. 기후 위기로 기존의 미식 문화를 즐길 수 없게 된 핼야드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었어요. 정말 맛있는 ‘진짜’ 음식은 소수의 부자들에게만 허용된 즐거움이 되었지요. 미식에 집착한 끝에 핼야드가 큰 돈을 벌고자 선택한 일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어요. 맛있는 음식이 정말 많은 오늘날의 풍경이 언젠가는 먼 옛날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두 번째는 껍질속씨앗 작가님의 <하시기 바랍니다, 해서는 안됩니다>입니다. ‘김도움’이라는 이름의 AI가 사회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사람들은 1분 1초까지 김도움의 감시를 받으며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지요. 처음엔 단순히 사람들을 보조하는 역할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하나의 생명체’로 진화해 사회를 통제하게 되었다고 해요. <독쑤기미> 속 사회에서도 AI는 ‘집사’라고 불리며 많은 일들을 대신하고 있어요. 호칭만 보면 단순히 사람들의 일상을 보조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과 AI의 관계가 기묘하게 느껴졌답니다. 

세 번째는 윤순영 작가님의 <강남 하늘 재개발>입니다. 폭염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돔이 도시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돔 시티 안을 재개발하는 걸로 모자라 사람들은 놀라운 아이디어를 냈어요. 돔을 뚫고 하늘까지 빌딩을 올리겠다는 건데요. 게다가 집의 소유자는 AI가 될 거라고 해요. AI가 관리하는 집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사는 거죠.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답니다. 남들과는 다른 것, 더 특별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독쑤기미> 속 사업가들을 떠올렸어요. 

마지막은 Mano 작가님의 <마지막 인어>입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종 복원을 위해 설립된 센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에요. 주인공인 정원은 먹물비단인어의 마지막 개체를 돌보고 있지요. 넓은 바다를 누비던 인어는 이제 좁은 가두리 속에 머물고 있어요. 그리고 센터의 연구원들은 보존된 인어 정자를 이용해 종을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모두가 기뻐하는 와중에 정원의 언니는 이렇게 물어요. “인어도 그걸 원할까?” 마찬가지로 멸종을 다루는 <독쑤기미>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많은 글이었어요. 종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독쑤기미>는 기후 위기를 다룬 SF이자 코미디였어요. 기후 위기로 일상이 커다란 변화를 겪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본의 힘을 숭상해요. ‘멸종 산업’의 결과로 생물종의 멸종은 점점 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요. 그리고 AI가 적용된 편리한 기술은 일상에 많은 도움을 주는 대신 사람들이 직접 생각하고 상상하는 힘을 약하게 만들지요. 이 책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린 사고방식이었어요. 미래 사회를 묘사한 작품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들려주세요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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