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가 별자리로 만들어버린 이야기들

대상작품: <[옛날 글 셋] 헬레네는 그곳에 없었다> 외 6개 작품
큐레이터: 한켠, 7시간전, 조회 7

올림푸스 가디언(애니메이션), 그리스로마신화 만화(홍은영 작가님),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번역가님 아시는 분은 건강검진 받으셔야 합니다), 일리아드(1인극) 등등…아마 어쩌면 그리스, 이탈리아 국민들보다 올림푸스의 신들과 호메로스에 대해 더 잘 알 것 같은 한국인들이 좋아할 브릿G의 신화 기반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존칭 생략)

 

트로이 전쟁 – 헬레네는 그곳에 없었다 (김유정)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아름답냐’라고 물었을 때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눈을 찔렀거나 ‘저는 잘 생긴 남자 밖에 모릅니다’라고 했으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파리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택했고 여신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유부녀 헬레네를 줍니다. 그리고 헬레네를 되찾아 오기 위해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를 공격하고 기나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납니다.

만약 헬레네가 결혼 전 테세우스를 사랑했고 메넬라오스와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며 파리스가 납치한 건 사실 헬레네의 (아름답지 않은) 사촌 자매였다면 트로이 전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엘렉트라 – 클뤼타임네스트라 (드리민)

눈을 감고 상상해 봅시다. 지금 여기는 따듯한 지중해의 바람이 불어오는 고대 그리스의 원형 극장. 손에는 팝콘 대신 올리브 그릇이 있군요. 이제 눈을 뜨고 그리스 비극을 봅니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시대 연극 대본처럼 쓰여졌거든요. 주인공은 아가멤논(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 대장)의 왕비 클뤼타임네스트라. 왕비는 왕을 죽였고(아가멤논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려고 했으니까), 왕자 오레스테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 클뤼타임네스트라(이름이 왜 이렇게 길어..)를 죽이려고 합니다. 이제, 클뤼타임네스트라가 입을 열어 신과 자식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합니다. 그리스 연극에서는 ‘코러스’가 있는데요, 독자가 자신을 코러스 역으로 셀프 캐스팅해서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 복수의 신화 (ccg)

연쇄 강간마 제우스 신(전자발찌를 모가지에 채워야 함)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겁탈하고, 네메시스는 알을 낳습니다. 이 알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그 헬레네. 테세우스는 헬레네에 반해서 헬레네를 납치하기도 했는데…

네메시스는 다이달로스 왕의 미궁에 들어가고, 영웅(납치범…)테세우스는 미궁의 괴물에게 인신공양되는 7인을 구하고 괴물을 해치우려 미궁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테세우스가 죽인 건, 왕이 미궁 속에 감춰 둔 건 정말로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었을까요? 테세우스가 영웅이 되기 위해 벌인 사건들에서 희생자는 정말로 괴물, 악당이었을까요? 누가 누구를 괴물이라 부르는 걸까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묻습니다. 그리고 테세우스에게 벌을 내립니다.

나르키소스 – 소년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두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가 미소년 나르키소스에게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게 되리라”고 저주를 내려서 나르시스가 샘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다가 빠져 죽었다고 하죠. 그러나 그게 아닐 수도 있죠. 나르키소스는 ‘순수한 영혼’에 집착하는 소년이었고 (소년이여 출가를 해라…) 그에게는 ‘기리온’이라는 친구…라고 하기엔 미묘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 – P의 복수(이변)

신이 ‘판도라’라는 여자에게 상자(원래는 항아리인데 번역 과정에서 ‘상자’가 되었다는 설도 있네요)를 선물하고 절대 네버 열지 말라고 합니다. 원래 하지 말라면 굳이 하는 게 인간의 마음이라, 판도라는 상자를 엽니다. (신들이 노린 거죠)상자 안에 있던 건 재앙. 이렇게 인간 세상에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퍼지고, 마지막에 상자 바닥에는 ‘희망’이 남아 있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인간은 온갖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아 몰라 이럴 거면 상자 바닥에 희망 말고 아무 문제 없는 세후 100억을 넣어 놨어야죠 신이시여!

직장도 없고 소액 대출까지 받은 ‘나’의 눈에 자취방에 뭔가 있는 게 보입니다. 마치 진흙 같은…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 찾아오죠. 바로 ‘판도라’가 상자 밖으로 빠져 나간 것들을 수거하러 다니고 있는 겁니다. 과연 주인공은 판도라가 다녀간 후 희망을 보았을까요?

히드라, 헤라클레스 – 바닥 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 주시면 (김아직)

히드라를 사랑한 남장 소녀 이야기인데, 한국 전래동화 느낌도 납니다. 괴물과 소녀는 서로를 구하고 (여기서 다시 질문이 돌아오네요. 과연 누가 ‘괴물’을 규정하는가?) 과거가 현재를 구합니다.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작이거든요.) 소녀 글라우케의 모험이 헤라클레스의 모험 못지 않은, 아니 더 흥미진진한 영웅담입니다. 헤라클레스의 영웅담이 사실 현대인이 보기에는 ‘꺵판치는 깡패가 분노조절을 안함’ 정도로 읽힐 때도 있긴 하죠.

메두사 – 여신이여 노래하소서 사랑의 노래를 (제나)

메두사의 머리카락은 왜 뱀이 되었을까요? 메두사와 아테네 여신 사이의 사랑 때문이라고 하는 작품입니다. GL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딱 그런, 그런데 거기에 메두사와 아테네가 ‘나야’ 하고 나오는… 그리고 여기에 페르세우스는 없습니다.

 

브릿G에서 그리스 신화를 다시 쓴 작품들 보다 보니 ‘괴물’을 신의 분노나 저주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수자, 약자로 해석하였네요. 옛날 사람들은 살다 보면 말이 안 되는 일들을 ‘신의 뜻’이라고 돌렸지만 현대인들은 ‘내가/네가 겪는 고난은 사회가 나를/너를 타자화하고 배척하기 때문이야’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신의 분노와 천벌에 맞서 인간이 할 일은 사랑과 연대겠지요.

혹시 제가 틀리게 쓴 부분이 있거나 추가로 추천하고 싶으신 작품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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