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타임리프(2017) 본심 진출작

대상작품: <안녕, 아킬레우스> 외 6개 작품
큐레이터: 보네토, 18년 6월, 조회 70

순서는 결선진출작 목록 순서에 따릅니다. 아래 설명은 예심평을 붙여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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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진진하게 읽혔던 작품은 단편인 「안녕, 아킬레우스」였는데, 마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보는 듯 편안하고 유쾌해 보였던 처음 시작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돌출행동과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스릴러로 바뀌는 반전이 놀라웠다. 등장인물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지나치게 충격적인 면은 있지만, 뒤가 궁금해지는 흡인력이 굉장한 작품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본선작으로 올렸다.

 

「심계항진」은 하루를 단위로 반복적으로 병사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이다. 시간여행을 체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점이 독특하지만, 그렇다 보니 루프물에서 흔히 보이는 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이 주도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극적인 사건 역시 없다. 그럼에도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과 정조에는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상처는 영원히 반복된다」는 운 좋게 비행기 사고를 피하지만 자살을 통해 세 번 그날로 돌아가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이 거의 대명사로 지칭하다 보니 복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때로 혼동의 여지가 있고 묘사가 거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인 구성과 마무리가 깔끔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타임리프 설정을 잘 활용한 작품인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의 이타적 동기가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결말 또한 전형성을 탈피하여 좋았으나 그 과정이 우연에 기댄 점이 아쉬웠다.

 

시공간의 이방인

마지막으로 본심에 올린 작품이다. 과도한 시간 여행이 역설을 발생시켜 내 제3의 세계로 추방된다는 새로운 공간 개념을 시도한  「시공간의 이방인」은 화자가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설명적인 어조 탓에 전개 과정에서의 재미는 덜했지만, 스스로 의도한 설정을 타격하는 결말까지 매끄럽게 담아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랑손님과 나」는 절묘하게 원작을 버무린 맛이 있지만 후반부에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반면 「카산드라들」은 흡인력이 좋았으나 후반부가 다소 잘 정리되지 않은 듯했다.

 

「미래의 여자」는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저자의 의도가 매우 신선했으나 전반적으로 작품의 얼개가 부자연스러웠다.

 

로터리

장편인 『로터리』는 업보를 쌓지 않기 위해서 답답해 보일 정도로 타인에게 휘둘리는 주인공이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변화를 겪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캐릭터 묘사가 일관적이고 주제 의식이 분명하며 서술이 편안하여 매우 잘 읽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