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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소일장과 함께 두 권의 책을 소개했어요. 허버트 조지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과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의 <모로 박사의 딸>입니다. 제목을 보고 짐작하실 수 있듯 웰스의 원작을 토대로 새롭게 쓰인 책이에요. 잘 알려진 고전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놀라웠어요.
브릿G에서도 이따금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제가 읽었던 작품에 더해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을 몇 개 찾아보았어요. 재밌게 읽은 글들을 여기서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현이랑 작가님의 <호러 심청>입니다. 호화로운 크루즈 내부에서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선주는 수조에 빠졌고 선장은 두 눈이 뽑힌 채 발견되었지요.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선장의 딸, 심청입니다. 익숙한 이름, 익숙한 관계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색다르게 펼쳐졌어요. 특히 ‘심봉사’와 ‘공양미 삼백 석’을 재해석한 방식이 무척 놀라운 글이었어요.
두 번째는 고수고수 작가님의 <스크루지, 개과천선하다>입니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속 스크루지 영감의 뒷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이에요. 인색하고 욕심 많은 스크루지 영감이 타인에게 베푸는 삶을 살게 되는 결말이었지요.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은 스크루지 영감에게 이런 고난이 찾아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과거, 현재, 미래를 보았듯 이번에는 조카, 직원, 노신사와 얽힌 사건을 보게 됩니다. 상상도 못한 결말이 재밌는 글이었어요.
세 번째는 정여랑 작가님의 <간>입니다. 토끼의 간을 가져가려는 거북, 수궁가 속 이야기가 한 가정의 이야기로 새롭게 쓰였어요.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사랑했고, 토끼는 거북이와 살기 위해 익숙한 육지를 떠나 바다로 왔지요. 낯선 환경,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일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습니다. 거북은 토끼에게 오히려 화를 내지요. 사랑하는 가족과 아이를 위해 왜 양보하지 않느냐고요. 거북으로부터 간을 지켜야 했던 원작 속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 속에서 조금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고통과 외로움 속에 지쳐가는 토끼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무거운 마음으로 따라가게 되는 글이었어요.
마지막은 오메르타 작가님의 <진가쟁묘: 야옹고집전>입니다. 수시로 집안에 출몰하는 쥐들에 지쳐 제니는 날랜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요. 쥐잡이로 고용된 제비 덕분에 쥐가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제니는 두 마리의 제비가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발견해요. 옹고집전을 재해석한 귀여운 이야기 속에서 진짜 반려묘 제비를 찾아내는 과정이 사랑스러운 글이었어요.
여러분은 어떤 고전을 좋아하시나요? 고전을 재해석한 이야기는 읽을 때 재미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