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시나요? 지금이야 판타지의 잡몹 내지 귀여운 마스코트 정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슬라임은 코즈믹 호러 계열의 괴물에 가까운, 꽤 무서운 존재였답니다. 자신에게 닿는 모든 것을 삼켜 녹여버리는 부정형의 끈적한 액체 괴물이 어쩌다 통통 튀는 과일 젤리가 되었는지는 판타지-SF-호러 장르의 계보부터 아동용 완구 개발사까지 넓게 살펴봐야 하는, 꽤나 딮한 주제가 되겠죠.
이 정도로 이미지가 격변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에게 슬라임이 매력적인 창작물이라는 뜻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브릿G에도 슬라임이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쓴 작품들이 있기에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네 작품 모두 ‘섭취와 소화’라는 코드를 공유하는 건 흥미롭습니다. 이거야말로 슬라임의 본질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작가님께서 걸어두신 해시태그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하늘에서 뭐든 녹이는 슬라임이 비처럼 쏟아지며 벌어지는 SF 호러 아포칼립스’ 로 정의할 수 있겠네요. 킬링타임에 좋은 가벼운 소설입니다. 끝의 반전도 꽤 괜찮아요.
브릿G 독자라면 한 번 쯤 읽어보셨을 작품이죠. 위 작품과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슬라임이 비처럼 쏟아지는데, 다른 게 있다면 먹는 쪽이 슬라임이 아니라 우리 인간입니다. 작품의 주제 의식이 동물권이나 식량 문제에 대한 논의와 맞닿아 있어, 다 읽고 나면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에요.
SF 장르로 분류되어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로우 어반 판타지에 속하는 글이라고 사려됩니다. 통제 불가능한 짝사랑에 빠진 사람이 슬라임으로 변해버리는 ‘크러시 현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크러시 헌터라는 소재가 독특합니다. 감정과 관계에 대한 은유가 녹아있는 작품은 언제나 매력적이죠.
초창기 슬라임과 가장 가까운 괴물이 등장하는 정통 호러입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슬라임과 그것의 유일한 주인인 주인공 나의 불안정한 심리라는 서로 다른 계열의 공포가 어우러져 나오는 시너지가 좋은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적극적인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안도감이 드는 소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