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배신하지 않는 경쾌한 서막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탐정은 독신녀에게 딱 좋은 직업 (작가: 김준희,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9년 10월, 조회 278

저는 브릿지에서 리뷰를 쓰면서 많이 속고 살았습니다. 소개에서는 로맨스를 팔고 있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반전’으로 들이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자로서는 깜빡 속아넘어간 셈입니다. 기분이 별로죠.

제목이 내건 약속을 지키다

하지만 [탐정은 독신녀에게 딱 좋은 직업]은 제목에서 내건 약속을 충실히 지키는 소설입니다. 읽어내려가면서도 만족스럽고요. 뒷부분을 기대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이야기는 미스 랭이 종군 간호사로 겪는 고난으로 시작합니다. 전쟁 속에서 종군 간호사가 겪는 답답함을 보여주죠. 그리고 미스 랭이 전역해서 룸 메이트를 구하기까지 이야기는 여성이 겪는 차별을 직시합니다. 홈즈에서 왓슨이 겪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지만, 여성이기에 이야기의 색깔부터 반전됩니다.

하지만 염세적이기보다는 수다스럽고 재미있습니다. 차별을 그 시대 여성의 입장에서 경쾌하게 다루거든요. 미스 랭은 그 차별 속을 헤쳐나가면서 자기 삶을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구원처럼 탐정 필리파가 나타납니다. 자기 스스로 홍보하듯이 그녀는 구세주입니다. 미스 랭을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줄 사람이죠.

셜록홈즈의 시대가 여성차별과 만날 때

“당신에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활발한 정신 에너지는 영국, 런던, 채링크로스 병원, 간호사, 이런 종적 분류법에 들어가는 종류가 아닙니다. 남자들이 독점하는 모험과 각종 지적 자극이 필요한 사람이죠.”

필리파는 미스 랭을 만나자마자 그녀에 대해 추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이것도 왓슨의 직업을 알아맞추던 홈즈에 대한 오마주이지만요. 여성이 여성에 대해 하는 추리기에 결이 달라집니다. 달리 말하자면 여자가 여자에 대해 추리하기에 성립하는 추리인 것이죠.

“당신이 장녀라는 것은 모든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는 감정방식으로 봐서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이 추리는 좀 무리해보입니다. 아무리 정답을 100퍼센트 보장하지 않는 가추법이라해도요. 셜록홈즈식 추리는 원래 편견에 기대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도 공장처럼 찍어내는 산업혁명과 전쟁의 시대니까요. 사람들은 편견처럼 납작한 유형에 들어맞기 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대상이 여성차별이라는 주제를 만나면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흥미롭죠.

독신녀 탐정 콤비는 앞으로 어떤 사건을 만나게 될까

앞으로 어떤 사건을 다룰지도 기대하게 됩니다. 정치적인 주제는 이야기를 제약하기보다는,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고 믿습니다. 여성 차별에 수동적인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해결사로서 여성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됩니다. 이 리뷰는 그 시작에 바치는 작은 축사라고 생각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리뷰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작가만 피드백을 받을 수는 없죠. 저는 브릿지 작가분들에게 높은 기대를 하고 있고요. 작가분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리뷰에 피드백을 해주시면, 리뷰를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다음 3가지를 브릿지 쪽지로 보내주셔도 되고요. 이메일로(twinstae@naver.com)보내주셔도 됩니다.

1. 리뷰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이나, 도움이 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2. 리뷰에 동의하지 않거나 설명하고 싶으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3. 리뷰에 이런 걸 써주면 좋겠다던가, 없어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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