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와 k의 세계 공모(감상) 공모채택

대상작품: 소문자k (작가: 주홍, 작품정보)
리뷰어: 비연, 19년 9월, 조회 54

주홍, 소문자k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스크린도어에 비친 나의 모습이 다소 투명하게 보인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될까? k는 단순히 시력이 나빠진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k는 사무실에 들어선 뒤에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동료들이 제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이후에는 제 몸을 통과해 지나갔으며, 자신의 몸이 공기 중에 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뭔가 제대로 이상해졌다고 생각한 찰나 거울에 제가 비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목구멍이 뜨거워져 반사적으로 고개를 수그리고 토를 하지만 바닥으로 쏟아진 것은 토사물이 아니라 병아리. 노란 병아리들을 쫓아가다가 엄마를 만나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게 된다.

 

k는 죽은 것이 아니라 다만 소문자가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너 삼색 무늬가 참 예쁘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양이가 k를 쳐다보았다. “너희 인간들은 도대체 평가하는 말이 아니면 대화를 계속 할 수가 없는 거니.”

“하지만 너는 삼색 무늬를 입고 있잖아?”

“맞아.”

“그런데 뭘?”

“삼색 무늬를 가지고 태어난 거야. 예뻐서가 아니라. 그뿐이야.”

고양이가 횡단보도 너머로 사라졌다.

 

 

이야기는 대문자K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소문자k가 보고 만난 것들 중심으로 흘러간다. 빗방울, 삼색 고양이, 바람, 은행, 비둘기, 그리고 바퀴벌레와 모기. 소문자k가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인간이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면 그들은 하나같이 치를 떨며 말한다. 하여간 인간들이란!

 

“소문자고, 대문자고 인간들은 지긋지긋해. 나만 보면 까악까악 소리를 질러댄다니까.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무서운 걸로 치자면 덩치가 산만한 지들이 무섭겠냐, 내가 더 무섭겠냐? 인간들은 동물을 사랑하던데 나 역시 동물이라는 걸 왜 모르지? 하긴 인간들은 자신이 동물이라는 사실도 자주 잊어버리지.” 비둘기가 말했다.

“나도 동감이야. 지들이 나를 밟아놓고는 나한테 노발대발하면서 사라진다고. 인간들은 도대체가 제대로 사과할 줄도 모르면서 자기들이 만물의 영장인 줄 안다니깐.” 은행이 말했다.

소문자세계에서는 많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소문자고, 대문자고 인간들을 어쩐지 제멋대로인 것 같았다.

 

 

인간이 귀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그간 살아왔던 인간 사회가 아닌 자연과 맞닥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자체와 그 이야기에서 지적하는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어떤 교훈 혹은 메시지는 이제 새롭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한 인간이 대문자와 소문자로 나뉘고 이 둘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 개체처럼 묘사된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또한, 소문자k가 많은 자연의 존재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했던 주요한 목소리이겠으나 그것을 대문자K가 받아들이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점이 참 좋았다. 소문자k가 자신이 배운 것을 안은 채 대문자K와 다시 하나의 존재가 되면서 대문자K도 어떤 깨달음을 얻고 변했다는 식의 결론이 아니라서 좋았다는 것이다. 소문자k는 소문자k대로, 대문자K는 대문자K대로 각자의 구역과 경험 안에서 한 걸음 성장했다. 그리고 그 결론에 이기적인 인간을 이야기하는 소설임에도 인간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참 많이 들었다. 그리고 딱 한 가지 궁금했던 것은, K는 김 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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