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는 인공비의 꿈을 꾸는가…를 줄여서 ‘인공비’로 부르겠습니다.
‘인공비’는 1편이 있습니다.
두 작품 사이에는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죠. 2년 전 1편은 큰 호평을 받았고요. 연작으로 이어져서도 여전히 재미있습니다.인공비에서 저는 특히 문장과 대화가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사건 진행보다는 잡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잡담이 오히려 이야기에 분위기를 더해주고, 긴장감까지 깔고 있다는 건 두 말할 필요 없겠죠.
저는 리뷰를 쓸 거면 차별화되게 써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뻔한 주제 분석이나 감상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철저하게 인공비의 잡담… 아니 묘사와 대화가 얼마나 훌륭한지 해부하고 분석해보려 합니다. 앞으로 연작이 이어지길 바라면서요.
하나. 긴 문장도 생생하게 이어지면 잘 읽힌다.
저는 2일 전 일간 스텔로에서 좋은 문장에 대해 다뤘는데요. 그때 익숙하고 생생한 정보를 앞에 둬야 잘 읽힌다는 원리를 소개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인공비를 읽으면서 좋은 문장들이 끝 없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1편 도입부 첫 부분을 가져와보겠습니다.
창 밖으로 장대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중략)
빌딩에 마구잡이로 걸려 있는 네온사인은 창문 유리에 맺힌 물방을에 반사되어 마치 안경을 벗고 본 야경처럼 어지럽게 흔들렸다.
두 번째 문장은 짧지 않습니다. 무려 17단어 69자나 되는 긴 장문입니다. 하지만 아주 잘 읽힐 뿐만 아니라 생생하게 그려지죠. 왜일까요?
먼저 익숙한 정보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정보가 익숙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1) 장르 클리셰라서 익숙하다
문장의 가장 앞 부분 ‘빌딩에 마구잡이로 걸려 있는 네온사인‘을 볼까요? 사이버 펑크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하나입니다. 5단어지만 한 단어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2) 앞에 나온 거라서 익숙하다.
그 뒤로 창문 유리에 맺힌 물방을에 반사되어 마치 안경을 벗고 본 야경처럼 어지럽게 흔들렸다. 하고 긴 문장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읽기 쉽습니다. 왜냐면 첫 문장에서 창 밖에서 장대비가 내린다고 이미 발판을 깔아놨기 때문입니다. 앞에 나온 ‘창문’과 이어지면서… 사이버 펑크의 상징인 ‘네온사인’과 이 단편의 핵심 소재인 ‘인공비’를 하나로 합쳐서 자라나게 만든 겁니다.
단 한 문장으로 이 소설의 장르와 핵심 소재를 각인시킨 셈이죠.
또 다른 문장을 볼까요. 역시 2편의 도입부입니다.
기사의 성질이 웬만큼 급했나본지, 짐이 문을 채 닫기도 전에 택시는 도로에 고인 빗물을 여기저기로 튀기며 저 너머로 사라져갔다. 생각지 못한 봉변을 당한 짐은 거칠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바지에 묻은 물을 털어내었다.
도입부가 늘 그렇지만 시작에는 좀 당황스럽습니다. 갑자기 성질 급한 기사가 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작가님은 그 성질 급한 기사를 빗물1을 여기저기로 튀기며 사라지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이 ‘빗물을 튀기며’는 뒤에 나오는 ‘생각지 못한 봉변‘으로 이어집니다. 역시 이미 나온 익숙한 정보를 앞에 둬서 읽기 쉬운 문장이 되었죠. 동시에 주인공이자 우리에게도 익숙한 ‘짐’으로 돌아옵니다.
작가님은 사실 별 생각 없이 쓰셨을 겁니다. 무술 고수가 자기 무술을 이론으로 분석하지 않듯이요.하지만 초보 작가에게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론으로 분석하고 실전으로 연습한다면, 이런 놀라운 기술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연작에 나오는 잘 읽히고 생생한 문장을 분석해보시면 여러분도 많이 배우실 겁니다.
둘. 이유 있는 대화 속에 이유 있는 설명을 끼워넣어라.
작가님은 지루한 설명만 늘어났다고 하셨지만… 저는 설명이 하나하나 재미있었습니다.
짐은 조수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설정을 풀어놓게 도와줍니다. 짐이 사소한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죠. 그건 정말 이상하고 독자도 궁금해집니다. 그러면 줄리아는 간결하게 이야기 속에서 설명을 해줍니다. 이 설명은 사이버 펑크적인 분위기를 더할 뿐만 아니라… 1주일 넘게 이어진 인공비에 대한 미스터리를 점차 심화시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모든 설정을 촘촘하게 엮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의뢰인이 사이보그인 걸 알아차린 이유는… -> 인공비 사이를 걸어왔으니까… -> 인공비는 엄청난 미세먼지를 씼어 내려는 거라서 라는 식이죠. 작가님은 이렇게 인공비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세계와 사건을 확장시켜 나가고 계십니다. 모든 설정이 유기적이니 갑자기 설명을 해도 장광설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미스터리한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죠.
이 미세먼지와 인공비에 얽힌 의문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재미있으리라는 건 알겠네요. 이상 스텔로였습니다.
리뷰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작가만 피드백을 받을 수는 없죠. 저는 브릿지 작가분들에게 높은 기대를 하고 있고요. 작가분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리뷰를 쓰고 싶습니다. 리뷰에 피드백을 해주시면, 리뷰를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다음 3가지를 브릿지 쪽지로 보내주셔도 되고요. 이메일로(twinstae@naver.com)보내주셔도 됩니다.
1. 리뷰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이나, 도움이 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2. 리뷰에 동의하지 않거나 설명하고 싶으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3. 리뷰에 이런 걸 써주면 좋겠다던가, 없어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