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안에 채워져가는 한 명의 인격 – 좀비가 한 명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좀비가 한 명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 (작가: rottenlove,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19년 6월, 조회 48

‘좀비’란 장르는 고정관념이 박히기 쉽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미 훌륭한 좀비 영화와 게임이 다수 등장했고 우리는 그를 통해 좀비 클리셰를 충분히 학습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이 소재로 작품을 만들 때 작가 분들의 고민을 보고 읽어나가는 재미가 독자들에게 있다 생각합니다. 앞의 리뷰를 쓸 때도 저는 단순한 클리셰 속에서 고민을 찾는 작가님들의 노력을 굉장히 높게 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그런 고민들을 찾아보고 느꼈으면 하고 보았습니다. 일단 장편이고 계속 작성해 나가는 작품이기에 이후 진행이 기대된다 생각됩니다.

 

[좀비가 한 명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보면서 저는 제목에서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우선 좀비란 소재를 생각하면 ‘감염’, 그리고 ‘대규모’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초반 8편의 내용에서 그런 내용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좀비로 인해 마비된 사회나 아수라장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좀비가 되었다는 ‘정유진’ 한 명을 여러 인물의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마치 다큐멘터리 같이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좀비 한 명을 집중 탐구한다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접근은 신선하면서 용감하다는 느낌입니다. 좀비란 장르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건 일단 부조리한 사회의 묘사.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생존기와 분투라는 소재를 통해 인물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긴장감을 1순위로 느끼게 됩니다. 독자들이 가장 보고 싶은 요소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도입부에서 그 부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담담히 정유진이 어떤 인간인가를 여러 인물인가를 묘사해 주고 있죠. 마치 우리가 보고 싶은 광경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습니다.

 

사실 웹소설의 빠른 진행과 시원스런 전개에 익숙한 독자분들에게는 극단의 불호인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예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재난 영화 중 [클로버필드]란 영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영화도 괴물이 직접 나와 도시를 깽판 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습니다. 주인공의 캠코더 화면을 통해 도시의 극단적인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줄 뿐입니다. 어지럽고 급박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는데 어지러움 때문에 불호도 심한 영화 중 하나이죠.

 

이 작품도 비슷하지는 않지만 파편적으로 정유진이라는 인간상을 이해시키는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이 전개 방식이 이후 좀비가 된 정유진과 어떻게 버무려 질지는 이후 전개를 봐야 할 거 같습니다. 각 인물들이 생각하는 독특한 학생이라는 묘사를 통해 그녀가 나비의 유충과 여왕개미 같은 곤충으로 표현한 부분은 좀비라는 특색과 잘 어울렸습니다.

 

저는 앞서 좀비란 소재를 안에 속이 없는 껍데기 밖에 없는 존재라 묘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파트가 진행될 수록 느낀 건 일차원적이고 단편적인 한 명의 좀비 안에 속을 채워넣는다는 느낌입니다. 이후의 전개를 계속 읽어봐야겠지만 우리는 그녀가 이런 인물이기에 더욱 변수가 많고 입체적인 좀비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건 완벽하진 않지만 퍼즐 조각처럼 하나씩 맞춰져 간다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은 어둡고 박진감 넘치는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물을 기대하고 들어오신 분에게는 큰 실망을 가져올 지도 모릅니다. 담담한 묘사를 통해 한 인간을 조명하고 그녀가 어떻게 좀비가 되어갔는가. 그리고 그녀가 왜 좀비가 되어갈 수밖에 없었을까. 그 과정을 따라가며 이후 나올 에피소드들을 따라가 본다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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