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도 스타워즈도 아니고 노매딕 스타쉽입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노매딕 스타쉽 (작가: 얼빠진소, 작품정보)
리뷰어: 소윤, 19년 4월, 조회 107

필자는 90년대생주제에 60년대의 오리지널 스타트렉을 좋아한다. 21세기에 나와서 덕후를 양산한 스타트렉 시리즈는 본 적도 없는데 (딱히 보고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낮은 화질에 오글거리기에도 너무 오래된 CG와 세트를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스타트렉은 유학시절에 밥을 혼자 먹게 되는 날마다 틀어놓고 봤다. 오프닝에 흘러나오는 그 유명한 캐치프레이즈, “Space, the final frontier”를 듣는 게 그렇게 짜릿했다. 한편으로는 201X년이 아니라 196X년에 이걸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이 문구가 얼마나 더 흥분되는 것이었을까,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뭐든지 정복의 개념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이 어리석은 닝겐들같으니!하며 봤던 것 같다. 미지의 세계는 두려운 곳이지만 동시에 기회의 땅이며 아메리칸 미남 커크 선장이 멋짐을 뿜뿜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다. (그곳에 이미 원주민이 살고있음은 무시하고) ‘새로운’ 영역의 개척과 모험은 스타트렉 에피소드들에 빈번히 등장하는 모티프다.

스타워즈는 반대로 기존 영화들은 보지 않고 살다가 7편이 개봉했을 때 우연히 보고 꽂힌 후에야 456123편을 정주행했다. 여기에 꽂힌 가장 큰 이유는 화려한 공중전투 장면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강한 악의 세력 앞에서 주인공과 동료들은 화려한 묘기와 신비한 힘으로 승리를 쟁취해내고 만다. 스타워즈에서는 언제나 선악구도가 명확하다. 인물들의 정체성/진영이 흔들리거나 반전되는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어찌되었든 주인공이 투쟁하는 대상은 언제나 명백하고 서사의 재미는 투쟁의 이유와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보다는 이미 구도가 확립된 싸움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

『노매딕 스타쉽』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주인공 장 시너손은 출장수리기사 명함을 달고 다니는 불법 총장이다. 장이 캠핑선을 개조한 우주선 ‘가젯룸’을 타고 돌아다니는 세상은 개척해야할 프론티어가 아니라 의뢰를 수행하고 장사를 해야 하는 행성들이고, 장은 악독한 집단의 거대한 우주선을 파괴하기 위해 영웅적인 미션을 수행하기보다는 온갖 세력의 우주선들이 포를 난사하는 가운데를 잘 뚫고 나가 생존하는 것이 우선인 인물이다. 장의 관점에서는 선악구도도 명확하지 않다. 악독한 대기업이나 용병 조직이 악한 세력이고 치안을 지키는 보안대가 선한 세력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주인공 본인이 법의 테두리를 밟고 다니는 인물이고, 작품이 전개될수록 밝혀지는 세력들 간의 얽히고 설킨 모양새는 쉬운 이분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끈적하게 추잡한 욕망들이 얽힌 『노매딕 스타쉽』의 세상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이 보여주는 숭고와 모험보다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훨씬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이 요소를 위해 스페이스 오페라의 환상적 요소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우주선들의 추격전, 우주선에 잠입하는 주인공, 다양한 특색의 도시들을 누비는 인간과 다른 종족들. 그 모습들은 다른 스페이스 오페라에서처럼 짜릿하지만 장 시너손이라는 주인공으로 대표되는 『노매딕 스타쉽』만의 시니컬함이 가미되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현 연재진행분에서는 첫 번째 스토리 아크가 마무리되고 두 번째 스토리 아크에서는 새로운 대립구도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 에피소드의 사건과 미스터리들은 어떻게 해소될지, 그리고 전체 작품이 진행되며 점차 드러날 장 시너손이라는 인물의 큰 그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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