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였을 때 읽었던 동화는 어렸을 때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발화되는 것 같다. 아이의 눈에서 읽었던 이야기는 어느덧 어른이 되었을 때 순수를 넘어 더 큰 반경으로 이야기를 짚어간다. 순수함이 주는 동경의 시선이 사뭇 부럽다가도 더 넓은 시선으로 이야기를 깊게, 넓게 바라보는 점이 좋아 오래 전 읽었던 이야기들을 다시금 펼쳐든다.
유리모형잡초님의 <동화를 읽는 어른>은 트위치 스트리머 겸 유튜버 에롄디라님의 팬픽이며,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했을 뿐 모든 인물이 허구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전반적으로 작가님이 말한 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연재글을 읽게 되었다. 마치 해리포터와 같은 시간 속에 들어온 듯 우리가 상상 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에렌디라’라는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에렌디라는 마녀에게 동화책을 받아 기한 내에 동화의 뒤틀린 부분을 고쳐야 하지만 쉬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집에 가져 갈 수도 없기에 에렌디라는 마녀와 딜을 하게 된다. 이 공간 안에서는 도저히 진도가 나지 않기에 동화책을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2주동안 뒤틀린 부분이 모두 수정되지 않으면 포기하고 마녀의 말을 듣겠다며 약속을 한다.
사실, 에렌디라는 왕립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사서다.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사서라는 직함을 두고 왜 마녀가 주는 책의 뒤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임무를 맡았을까. 에렌디라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우리는 동화 속 한가운데로 들어가 있다. 곰방대를 피는 마녀가 아닌 요괴가 등장하기도 한다. 낮과 밤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듯 그녀가 책을 펼쳤다 하면 마치 팝업북을 연상하듯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그들이 사는 이야기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마치 풍경을 묘사하듯 펼쳐지는 이야기는 빠르게, 긴장되는 요소없이 진행되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야기의 흐름이 어딘가 느슨하게 느껴져 조금 더 스피디한 이야기의 흐름을 원하기는 하나 에렌디라와 아르드를 주축하는 이야기에 호기심 있게 바라보게 된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주는 매력 보다는 매회 묘사되는 주변 풍경과 시간의 흐름이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아직 15회까지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고, 어떻게 연결되는 부분이 긴밀하게 나아갈지 모르기에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매력은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로 꾸며내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동화의 뒤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니 생각만으로도 재밌는 작업인 것 같아 재밌게 연재글을 읽었다. 새로운 이야기의 보따리가 조금씩 흘러내리는 만큼 에렌디라의 길고 긴 여정의 끝이 궁금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