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언니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언니를 만나러 가는 길 (작가: 연희, 작품정보)
리뷰어: 글포도, 19년 1월, 조회 49

*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느라 좀 돌려 말한 부분들이 있어서 내용을 읽지 않으신 분은 잘 이해가 안 될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반전의 묘미를 즐기시길 바라서 스포를 자제했습니다. 작품을 먼저 읽고 리뷰를 읽어주시면 더 이해가 잘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스포일러를 자제하려고 애쓰다 보니 내용을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제가 말하려는 내용이 잘 전달이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작품보다 작품 외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아서 리뷰가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맞습니다. 사심 가득한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일단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 하며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 여자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만년필 몽블랑 ‘마이스터스튁149’로 우아한 서명을 하는 남자, 사회적 지위가 있는 재벌가 자재인 남편에 대해서 말하기 때문에 일단 흥미롭게 지켜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늙은 교수와 젊은 제자의 사랑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미 우리는 이런 스토리에 익숙하죠. 퍼뜩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서두에 남편에 대해 꽤 멋지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도 남편을 사랑하나? 싶었기 때문에 저는 주변의 비난과 반대를 무릅써야 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회한? 혹은 늙은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젊은 여자의 비애? 등등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제 상상 일부를 포함하긴 하지만 다른 이야기이고 상상 그 이상으로 펼쳐져 나갑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엄청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네 좀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테이스터 문학상에 출품한 작품이니만큼 공모 주제였던 디저트가 소설의 메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사실 초콜릿 케이크는 일상적으로 맛보는 디저트라기엔 조금 특별한 편이죠. 이 작품에서 초콜릿 케이크는 여러 가지 의미로 변형됩니다. 디저트이니만큼 밥상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가족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설정한 부분이 퍽 흥미로웠습니다.

식구[食口]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같은 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한솥밥을 먹다’란 관용구도 있죠. 함께 뭔가를 먹는다는 의미에서 이 디저트가 가족에게 가지는 의미를 대입시킨 것은 절묘하면서도 주제와 잘 어우러져서 깊이 와닿았습니다.

어떤 가족에겐 초콜릿 케이크가 사랑이 듬뿍 담긴 화기애애하고 따스한 식사 마무리로서 놓이고 어떤 가족에겐 학대와 괴롭힘의 용도로 사용되고 어떤 가족에겐 그리움이 담긴 것인 동시에 원한을 떠오르게 하는 무엇이 되어 한 공간에서도 다른 의미로 놓여 있습니다.

전 이 작가님이 사물을 소설에 이용하는데 있어서 참 탁월하단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 소설에 맞도록 의미를 변용하고 꼭 맞게 제자리에 잘 가져다둔다는 생각을 작가님의 여러 소설을 읽으며 항상 하거든요. 이 작품에서는 만년필이 그러했고 초콜릿 케이크도 그러했습니다. 만년필은 남편을, 초콜릿 케이크는 아내를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럽지만 펜촉이 뒤틀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돼 포켓에 꽂혀 있게 된 만년필이나 남자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초콜릿 케이크가 그 안에 다른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에서 말이지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게 아니라 작품을 다 읽고나서야 그 의미가 깊어지고 아하, 그렇구나 싶게 만드는 솜씨도 일품입니다.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상과는 다른 진실이 드러나는 부분도 좋았고 저 아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이해가 됐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전 조금 의아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묘사한 사건이 너무 갑작스러우면서 살짝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요. 그럴 수도 있으려나? 오래 생각해보게 됐죠. 내용상 스포일러가 돼서 적지는 않겠지만 전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살인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할 수 없지요. 소설 속 내용에 비난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 남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그냥 내버려뒀다면 더 분했을 거라고 아니 오히려 그렇게 돼서 읽는 독자로서는 통쾌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물론 범죄는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저 여자의 행동을 잘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온 인생을 걸었고 반평생을 고통에 시달렸던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하면 너무 관대한 걸까요?

초콜릿 케이크를 초콜릿 케이크 본연의 맛으로 남겨주신 부분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하거든요. (소설을 스포하지 않으면서 리뷰를 쓰기가 사실 더 어렵네요. 독자분들이 대체 이 사람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짜증내지 않을 범위에서 다 말을 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역시 좀 그럴 거예요.)

 

*이 부분은 작품과 별 상관없는 쓸데없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읽지 않고 스킵하셔도 됩니다. 외재적 비평이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사적인 이야기가 더 많아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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